올해 미국·유럽 IPO 시장 90% 위축…인플레·우크라 전쟁 여파

입력 2022-06-0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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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5개월간 157개 기업 179억 달러 조달
지난해 같은 기간 628개 기업 1920억 달러와 대비
미국, 스팩 시장 붕괴 위기
영국 런던 IPO 규모는 2009년 이후 최저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난달 19일 트레이더가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뉴욕/신화뉴시스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기업공개(IPO) 시장 규모가 대폭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준금리 인상 등 복합적인 요소가 IPO 시장을 냉각시켰다고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첫 5개월간 미국과 유럽 증시에서 157개 기업이 총 179억 달러(약 22조 원)를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28개 기업이 1920억 달러를 조달한 것과 대조적으로, 조달액만 보면 90% 넘게 급감했다. 이 기간 전 세계 IPO 규모도 전년의 2830억 달러에서 810억 달러로 71% 줄었다. 상장사 수는 1237곳에서 596곳으로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의 경우 첫 3분기 동안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미뤘던 상장을 서두르면서 IPO 역사상 가장 바쁜 시기로 기록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더군다나 부진이 5월까지 지속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한 1분기 IPO 부진이 끝나지 않았으며, 2분기 말까지 시장 위축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FT는 풀이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특수목적인수회사(SPAC·스팩) 거래가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과 규제 당국의 조사 강화 등으로 지난 6개월간 줄어든 영향이 컸다. IPO 전문 로펌 제너앤드블록의 마틴 글래스 파트너 변호사는 “스팩 시장이 거의 붕괴할 뻔 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국에선 런던 IPO 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무너졌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런던 IPO 조달액은 올해 들어 5월까지 7억6400만 달러에 그쳐 2009년 이후 가장 부진했다. 영국 증권당국은 상장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IPO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에 들어갔다.

유럽과 미국 IPO 시장이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석유·가스 회사가 더 매력적인 상장 옵션이 되고 있으며, 연말까지 완료 계획인 주요 IPO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소비자 건강 관련 합작사 상장을 위해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상장되면 최근 10년 내 런던증시 최대 규모 IPO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미국 보험사 AIG는 3월 2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생명·자산관리 사업의 IPO를 신청했고 폭스바겐은 연말까지 200억 유로(약 27조 원) 상당의 포르쉐 부문 IPO를 계획하고 있다.

IPO 자문업체 화이트앤드케이스의 이니고 에스테베 파트너는 “9월 여름 휴가철에서 복귀해 상황이 좋아지면 더 많은 IPO 활동이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여러 기업은 더 나은 조건을 기다리기 위해 내년까지 연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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