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윤시내라는 우상을 흠모했던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오민애)는 증발한 원조 가수를 찾으러 나서고, ‘관종끼’ 가득한 유튜버 딸 장하다(이주영)는 세간의 입을 오르내리는 윤시내와 연시내의 모습을 화면에 담으면 ‘조회수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직감 끝에 몰래 카메라를 들고 엄마를 따라간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픽션을 가미한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가 26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작품을 공개했다. 가수 윤시내가 중요 인물로 등장하지만, 결과물은 밤무대 활동으로 평생 바빴던 이미테이션 가수 엄마와 그로 인해 마음이 병든 유튜버 딸의 티격태격 로드트립을 다루는 한 편의 드라마에 해당한다.
구독자의 관심만 끌 수 있다면 헤어진 전남친과의 만남을 몰래 찍는 영상이든, 엉덩이를 노골적으로 흔들어대는 ‘트월킹 춤’을 추는 영상이든 상관없는 유튜버 딸 장하다는 엄마 인생을 ‘짝퉁’으로 치부하고, 구독자들이 보내는 ‘좋아요’와 ‘별풍선’에 과몰입해 기어코 엄마를 비웃음거리로 전락시키고 만다. ‘독전’의 농아 동생 역,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고졸 사원 역 등을 맡아 특색 확실한 연기를 선보인 이주영이 맡아 연기한다.
26일 열린 ‘윤시내가 사라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진화 감독은 “유튜브에서 한 이미테이션 가수가 (원조가수와) 외형적으로 닮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 내 인생의 전성기가 온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봤다. 다른 사람이 돼 갈수록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아이러니가 마음에 걸렸다”고 작품 연출 계기를 전했다.
극 중 예사롭지 않은 보랏빛 털코트에 짙은 스모키 화장으로 카리스마를 뽐내는 실제 윤시내가 특별출연하는데, 이들을 저마다의 색깔로 따라하는 연시내, 운시내(노재원), 가시내(김재화) 등의 캐릭터가 뒤따르며 소소한 재미를 안긴다.
김 감독은 “그 누구의 삶도 가짜는 없다.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다양한 형태의 ‘진짜’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연시내 역을 맡은 배우 오민애의 호연은 이 작품의 백미다. 모녀 로드트립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감정과 영상 호흡이 다소 늘어지는 대목도 존재하지만, 십수 년간 수많은 단편 영화에 출연하며 탄탄하게 다진 연기력을 바탕으로 클라이맥스까지 캐릭터의 특색을 밀고 나간다. 이 작품으로 그는 4월 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민애는 “(연기 인생) 23년 만에 연기상을 받았다. 사실은 3년 전쯤 영화를 포기하려 한 적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3년만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배수진을 치고 열심히 하다가 이 작품을 만났다. 내게는 은인이나 마찬가지인 영화”라고 각별한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이미테이션 가수 운시내 역을 맡은 노재원도 주목할 만하다. 원조 가수와는 성별이 다른데다가 젊은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 긴장과 갈등이 존재하는 모녀의 로드트립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로 활용되면서 스크린에 자주 얼굴을 비춘다.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6월 8일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