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기술 유출, 어렵게 잡아도…처벌 여전히 ‘솜방망이’

입력 2022-04-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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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사범을 검거해도 처벌 수준은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202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1심 판결 중 유기징역은 전체 115건 중 13건에 불과했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로 실형을 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건 양형 기준이 낮은 데다, 기술 유출 범죄 특성상 증거가 부족해 감경 사유가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지난해 말 감경 사유와 가중 요소가 강화돼 올해 3월 도입됐지만, 기본 양형 기준은 여전히 2017년 기준에 머물러 있다.

현행 양형 기준에 따르면, 국내 영업 비밀 침해 행위의 기본 양형 기준은 8개월~2년이다. 국외 침해의 경우 1년~3년 6개월이다. 죄질이 나쁠 때 적용되는 가중 영역도 국외 침해는 2~6년, 국내 유출은 1~4년에 불과하다. 15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하거나 국외 추방까지 이뤄지는 미국에 비하면 처벌이 훨씬 미약하다.

조용순 한세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양형 기준이 낮은 데다가, 대법원까지 가는 판례 수가 적다 보니 판사들이 중형을 주는 걸 망설이게 된다. 또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상 초범이 많은데 이 역시 재판에서 감경 사유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문삼섭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지난해 양형 기준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변화가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술 탈취 기업에 대한 과징금과 과태료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2월 도입된 상생협력법은 비밀 유지 계약을 미체결하거나 기술 유출 및 탈취 시 과태료는 1000만~5000만 원으로 명시했다. 특허법에 명시된 기술 탈취 기업의 벌금은 3억 원 이하다.

중소기업계는 기술 유용 기업과 범죄자에 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재단법인 경청이 지난해 중소기업 10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영업비밀 유출 기술탈취 권리침해 관련 법률 제도 정책 개선 필요 사항으로 ‘위반행위에 대한 강력하지 못한 제재’(46.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조 교수는 “지난해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아동학대나 성범죄는 양형 기준이 대폭 상향됐지만, 산업 기술 범죄의 경우 국민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다 보니 양형 기준 논의에도 소외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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