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혼부부, 출산 미루거나 적게 낳아…지역 불균형 해소해야"
수도권의 합계출산율이 지방에 비해 낮은 원인이 높은 인구 밀도에 따른 '사회적 경쟁'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자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는 것이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선 지방의 인프라를 확충해 인구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4월호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우리나라 초저출산과 지역 불균형의 관계에 대한 실태분석' 보고서를 기고했다.
최근 수도권으로의 지나친 인구 집중과 초저출산 현상이 상호 연관돼 있다는 시각이 제시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 합계출산율은 2019년 기준 0.85명(서울 0.72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합계출산율 0.92명보다 낮다. 보고서는 현 수준의 수도권 합계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수도권 집중현상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 인구는 물론 수도권 인구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보영 감사원 감사청구조사국 청구조사4과장은 "수도권의 합계출산율이 지방에 비해 낮은 원인은 수도권 청년층이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 시기를 늦추는 경향이 크고, 신혼부부의 경우에도 자녀를 지방보다 더 적게 낳기 때문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신혼부부의 경우, 출산을 미루거나 아이를 낳더라도 적게 낳았다. 결혼 5년 미만 신혼 부부의 출산 자녀 수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수도권에서 전체 부부 중 자녀가 없는 부부의 비율이 2015년보다 5%포인트(P) 증가한 43.6%로 지방(36.2%)에 비해 높았다. 자녀가 있는 부부의 경우 2명 이상 다자녀 비율이 2018년 기준 11.9%로, 지방(16.3%)에 비해 낮았다.
감사원이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에 의뢰해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의 인구밀도와 출산율은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으며,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의해 자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높은 인구밀도가 사회적 경쟁을 심화시켜 만혼,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연구용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참가자들은 주변의 인구밀도가 높다고 인식할수록 경쟁이 심하다고 느끼고, 결혼·출산보다는 교육과 커리어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임 과장은 "높은 인구밀도는 사회적 경쟁을 심화시키고 이는 출생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나라 국민들은 높은 인구밀도 하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채찍질하여 혼인과 출산을 늦추거나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과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대부분의 지방은 인구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감소로 궁극적으로는 수도권 인구도 급감하게 될 것"이라며 "초저출산과 수도권 인구이동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지방에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육성해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