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기관 지방이전과 동북아 금융허브

입력 2022-04-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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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부산으로 가면 부산이 동북아 금융허브가 실현될까? 내달 10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기관의 지방이전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역 정치인과 지역 언론이 합세해 금융기관의 지방이전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통해 부산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논리다. 최근에는 산업이전과 함께 수출입은행 등 대형 국책은행까지 이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기관의 지방이전에 대한 금융인들의 의견은 어떨까? 취재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젓는다. 이전을 위한 이전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기업,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보냈지만,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오기 위한 고속버스들이 긴 행렬로 늘어선다. 몸은 지방에 있지만, 정신과 관심은 서울에 있는 웃지 못할 촌극이 매주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뛰어난 인재들의 이탈이 예상된다. 산업은행의 부산은행 이전설이 구체화되면서 2030 직원들의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으로 이전했더니 그 지역의 특정 학교 학생들만 지원해 조직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특정학교 라인 문화가 생기기도 하더라"라고 귀띔했다.

금융허브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지역 균형발전 관점에서 금융 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추진됐다. 그 결과 현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는 주택금융공사·자산관리공사·한국거래소 등이 입주했다. 하지만,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세계 금융도시로서 부산의 순위는 2015년 3월 27위에서 지난해 9월 33위로 오히려 하락했다.

금융 기관의 특성과 무관하게 정치 논리에 따라 이전이 강행될 경우, 애초 기대했던 지역경제 발전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과거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오히려 지방 이전은 오히려 금융권 자체 경쟁력 약화만 초래할 수 있다. 지방의 눈치를 보느라 주먹구구식으로 이전 하는 것은 반대한다. 한국의 지정학적 문제와 금융규제 등 실질적인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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