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성가족부가 시대적 소명을 다 하려면 아직 멀었다

입력 2022-03-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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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법조팀 구예지기자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여성가족부(여가부)가 등장하면서 호주제 폐지로 여성을 남성 중심 가정에 종속된 객체로 보는 문화가 해체되기 시작했다. 피해자가 불리했던 성폭력 관련 법 역시 개정됐고, 2015년에는 최초로 '성인 남성 성폭력 피해자 지원 안내서' 책자도 발행했다.

여가부가 한 일도 많지만 해야 할 일은 더 많다. 성차별·가부장적 문화가 아직 남아있어서다. 'n번방 사건'은 여성을 성적·소유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문화, 불법촬영·군 내 성폭력 등은 젠더‧성별 권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문화의 잔존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차별적·가부장적인 문화는 아직 남아서 문제를 만들고 있다. 여가부는 잔존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가부가 아닌 다른 부처에서 이러한 일을 하기는 어렵다. 물론 범죄는 검·경이 수사해 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위원회를 만들어 피해자 지원을 돈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 재발방지에는 한계가 있다. 문화와 인식이 바뀌어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여가부처럼 권한과 전문성을 가진 부처에서 내놓는 정책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여가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충분한 예산을 편성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한 이유는 더 많은 인력‧권한‧예산을 부여해서 신속‧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여가부로 존재하면서도 아직 못 해결한 일이 많은데 규모를 더 줄이거나 다른 부처에서 일을 하도록 하면 문제는 더더욱 해결되지 않는다. 독일·프랑스 등의 사례를 차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정폭력 같은 남성의 폭력이 사라지고, 이혼 뒤 양육비 지급을 하지 않는 무책임한 아버지들이 없어지고,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이 철폐되는 등의 사회가 도래할 때 여가부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다. 그 때가 여가부가 사라질 수 있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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