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에 숨 죽인 관가 "많은 변화 불가피"…주요 정책 재검토·백지화 기로

입력 2022-03-13 14:59수정 2022-03-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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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조 전환에 조직·정책 불확실성 커져…재정·원전·노동정책 '대폭 수정' 불가피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에서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4일부터 이곳에 출근할 예정이다. (뉴시스)

5년 만에 정권교체가 현실화하면서 세종시 관가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공약이 실제 국정과제로 추진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다수 경제·사회정책은 전면 재검토 내지는 축소·폐지가 불가피해서다.

재정·원전·노동정책과 직결된 부처는 숨을 죽이고 있다. 당장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탈원전·친노동정책은 백지화 위기다. 윤 당선인은 에너지 관련 선거공약으로 △원자력과 청정에너지 기술 구축을 통한 탄소중립 목표달성 기여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에 지속적으로 투자 △전 세계에 원전 원천기술 수출 등을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전면 배치되는 방향이다. 윤 당선인의 단일화 파트너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차원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필수성을 강조하며 중소형 모듈 원전(SMR) 육성과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 재개 등을 공약했다.

조직 개편도 불확실성이 크다. 에너지 정책 주무부처로서 기후에너지부(가칭) 신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약이기에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안 대표가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강화하되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떼어내 산업자원에너지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노동정책은 기조부터 바뀔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연공급제 임금체계 유연화, 주 52간제 예외대상 확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기업·경영책임자 처벌 완화 등을 공약했다. 박근혜 정부 관점에선 회귀, 문재인 정부 관점에선 역행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많은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인수위가 가동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기획재정부는 벌써부터 금융위원회 폐지와 기재부 통합을 준비 중이다. 단기적으론 50조 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 당면과제다. 특히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산 라인’에 쏠렸던 부처 내 무게중심이 ‘정책 라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5년간은 예산 라인이 장악하다시피 했는데, 보통 보수 쪽에서 집권하면 국제경제, 시장주의 쪽에 관심을 많이 둔다”며 “그동안 너무 예산 중심으로 갔다면, 오히려 정권교체로 조직이 기존보다 안정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 윤 당선인이 ‘폐지’를 공약한 여성가족부는 폐지 내지는 기능 축소·이관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부처 폐지는 정부조직법 개정 사안이라 민주당의 협조 없이 불가능하지만, 핵심기능을 타 부처로 떼어내는 건 직제(대통령령) 개정만으로 가능해서다. 여가부 관계자는 “흔들림 없이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농림·복지 등 정책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처들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범주 내에서 사업은 계속될 것 같지만, 공약이 너무 포괄적이라 내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공익직불제 예산(올해 2조5000억 원) 2배 증액과 비료 차액 지원, 외국인 근로자 공급, 청년동 육성 등을 공약했다. 이에 따라 농림부 내에선 신규 사업 신설과 기존 사업예산 증액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보건·복지 분야도 큰 방향은 문재인 정부와 유사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 기초연금 인상(30만 원→40만 원), 부모급여(1년간 월 100만 원)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부처 역량이 집중돼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며 “전반적으로는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환경 분야에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역할이 다소 축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탈탄소 산업구조 추진, 무공해차 확대 등 기존 사업은 대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중립의 방향성에 대해선 윤 당선인 측에서도 공감되가 있다”며 “새로운 국정과제가 세팅되면, 기존 정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이행에 앞장섰던 각 부처 장차관 등 임명직들은 떠날 날을 기다리는 처지다. 부처 차원에선 인수위에 파견할 지원인력 선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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