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멈추고 연구소만 돈다⋯현실화된 '반도체 착시' [고용 없는 성장]

'슈퍼 호황' 반도체 고용 유발, 자동차의 3분의 1 불과
"신산업으로의 원활한 인력 이동 지원 정책 마련 시급"

‘역대 최대 수출’이라는 화려한 성적표가 제조업 현장의 고용 위축 신호를 가리는 거대한 착시를 낳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우리 경제의 성장 지표는 개선됐지만 고용 유발 효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체력은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확대만으로는 실질적인 성장은 어렵다는 점에서 정교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22.2% 늘어난 1734억 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한국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다른 주력 산업의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군은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물 경기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공장 가동률과 직결된 석유화학(-11.4%), 철강(-9.0%), 일반기계(-8.3%) 수출은 일제히 뒷걸음질 쳤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위기에 기인한다.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인한 글로벌 공급 과잉과 제품 단가 하락이 우리 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치까지 겹치며 전통 제조업의 설비가 멈춰 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의 수출 성적표를 세밀하게 뜯어보면 이러한 ‘쏠림 현상’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에 힘입어 30.0% 급증했지만 관세 폭탄 우려를 안고 있는 철강(-17.7%), 일반기계(-17.2%), 자동차부품(-6.8%) 등은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한국 제품이라도 첨단칩은 환영받지만 전통 제조품은 무역 장벽에 가로막히는 냉혹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반도체가 수출을 주도할수록 고용 지표가 나빠지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설비 투자를 늘려도 생산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있어 고용 유발 효과가 극히 낮은 대표적인 ‘장치 산업’이다. 공장은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지만 정작 그 안에서 일할 사람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은 구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반도체의 취업유발계수는 10억 원당 약 2.1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자동차(약 7.4명) 산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평택과 용인에 거대한 공장을 지어도 대규모 신규 채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고용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수출이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에도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까지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얼어붙고 있다.

올해 제조업 고용 전망은 더욱 어둡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6년 고용 전망을 통해 섬유, 의복, 화학 등 전통 제조업이 내수 부진과 함께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라는 대외 악재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제조업 취업자는 약 2만2000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AI와 디지털 전환 수요에 힘입은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일자리는 전년 대비 5만3000명 늘어나며 증가세를 주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공장의 현장직은 줄고 연구직만 구인난을 겪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지표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제조업의 고용 절벽을 직시하고 전통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신산업으로의 원활한 인력 이동을 지원하는 정교한 정책적 해법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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