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10만 명 코앞인데…자가검사키트 둘러싼 잡음 '시끌'

입력 2022-02-16 15:31수정 2022-02-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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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신규 확진자 수가 9만443명을 기록하며 10만 명대를 눈앞에 둔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모니터에 확진자 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 만에 다시 두 배로 늘면서 10만 명대 진입이 가시화됐다. 정부는 자가검사키트로 확진자를 선별하고 있지만, 공급부터 성능(정확도)까지 지속적인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정부가 사실상 공적 자가검사키트 체계를 도입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선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용량 제품 소분 판매 과정에서 판매처의 업무 가중은 물론 오염 우려 등 '마스크 대란' 때와 같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6000원으로 책정된 고정 판매가 역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편의점ㆍ약국 불만…"소분 판매 업무 가중되는데 가격은 낮게 책정"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가검사키트 판매처를 약국과 편의점으로 한정하고, 18일까지 670만 명분을 공급하기로 했다. 편의점은 CU와 GS25가 전날부터 먼저 판매를 시작했지만 세븐일레븐은 이날, 17일 미니스톱·이마트, 18일 스토리웨이·씨스페이스까지 7개 체인 5만1400여 개 가맹점으로 늘려나간다.

현재 식약처 허가를 받은 자가검사키트는 총 8종으로, 전날 오상헬스케어와 메디안디노스틱의 제품을 추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검사의 정확도를 이후로 자가검사키트 사용 확대에 미온적이던 식약처는 오미크론 변이의 급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2만 명대에 접어들고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하자 제품 추가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10여일만에 5종의 자가검사키트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는 허가된 자가검사키트가 늘면서 2월 한 달 애초 계획 물량 3000만 명분에 400만 명분을 더한 3400만 명분의 자가검사키트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품은 신속한 공급을 위해 대용량 포장으로 전달되면 판매처에서 직접 소분 판매해야 한다. 소분 판매 제품의 가격은 다음 달 5일까지 6000원으로 동결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공적 마스크 제도를 도입했을 때와 유사한 조치다.

그러나 약국 등 판매 현장에서는 이미 빗발치는 자가검사키트 관련 문의에 대한 피로감과 소분 판매에 따른 인력·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현직 약사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최고 가격제가 시행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약국은 자재비와 인건비를 운영자금으로 부담하며 소분 판매하는데 정부는 가격을 기존 일반 판매가보다 낮게 책정한 것이 옳은 일이냐"라며 "지난주 이후 약국으로 배송된 25개들이 제품은 소분포장용 봉투와 개별 설명서도 없다"고 지적했다.

3등급 의료기기(중증도의 잠재적 위해성을 가진 의료기기)로 지정된 자가검사키트를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은 편의점까지 소분 판매하게 한 점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사의 정확도를 이유로 자가검사키트의 일반 소비자 판매를 권장하지 않던 정부가 이제는 의료기기 안전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인력에 이를 소분·판매하도록 지시했다는 지적이다.

대한약사회는 "자가진단키트는 검체 채취 방법뿐 아니라 적절한 유통품질관리가 되지 않으면 정확도, 민감도 등이 영향을 받아 공중보건에 위해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대부분 아르바이트 인력이 근무하는 환경에서 3등급 의료기기 포장을 뜯고 손을 대서 혼합 판매하도록 한다는 조치는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로서 상상할 수 없고 있어서는 안되는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판매처에 매뉴얼 준수를 당부했고 소분 과정에서 오염 우려가 크지 않아 당장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자가검사키트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소분 과정에 대한 매뉴얼을 판매처 측에 배포했다"면서 "면봉, 검체추출액 용기 등은 멸균 밀봉돼 있고 점적용 필터마개(캡슐)의 경우는 점액을 필터링하기 위한 용도로 외부 노출되더라도 정확도 등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 15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 소분해 판매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전문가 우려…"의료인이 검사 시행 안할 경우 무증상자 판별 거의 불가능"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를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식약처는 민감도(질병이 있는 환자 중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날 확률) 90% 이상, 특이도(질병이 없는 환자 중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타날 확률) 99% 이상인 제품만 허가를 내주고 있다. 그러나 통제된 환경에서 확인된 성능과 실제 현장의 사용 결과는 괴리가 크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 따르면 자가검사키트를 포함한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의료인이 시행할 경우 50% 미만, 자가 검사일 경우 20% 미만에 불과하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보다 최소 1000~1만 배 이상 바이러스 배출이 많아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증상자는 감염 초기 위음성 가능성이 커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자가검사키트로 증상이 없는 감염자를 판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양성도 4분의 1 이상은 틀리게 진단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3월 새 학기 등교하는 유·초·중·고 학생에게 주 2회 자가검사키트로 선제 검사를 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제품의 주의사항에 만 18세 미만에 대한 임상적 평가를 거치지 않아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이투데이 확인 결과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자가검사키트 8종 가운데 5종은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임상적 평가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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