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25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 등 ‘50억 클럽’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늦은 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문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곽 전 의원은 곧바로 수감됐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과 관련해 2015년 화천대유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이를 막았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 근무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실수령 25억 원)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2016년 새누리당 국회의원 예비후보 신분이던 당시 남욱 변호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4호 소유주)의 변호인을 맡아 5000만 원을 챙긴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았다.
그간 검찰의 ‘50억 클럽’ 수사는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곽 전 의원에 청구한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수사에서 큰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50억 클럽 가운데 곽 전 의원이 구속되며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일보가 보도한 정영학 회계사와 김만배 씨(화천대유 대주주)의 녹취록에 따르면 곽 전 의원은 금품을 요구했다. 곽 전 의원은 전날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녹취록은 증거 능력이 없다. 그리고 그런 일도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결국 구속됐다. 법원이 곽 전 의원의 혐의를 인정한 만큼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이 올라갔다는 평가와 함께 50억 클럽의 다른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간 검찰의 수사 속도와 태도를 미뤄볼 때 곽 전 의원을 구속기소하는 수준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을, 지난달 초에도 박 전 특검을 재소환해 조사했으나 눈에 띄는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50억 클럽 중 한 사람인 박 전 특검은 2015년 화천대유 설립 이후부터 고문 변호사로 일하며 연 2억 원의 고문료를 받다가 2016년 말 국정농단 수사 특검으로 임명되면서 고문직을 그만뒀었다. 화천대유에 근무했던 그의 딸도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 한 채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대법원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할 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는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대법 선고를 전후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 사무실을 방문했고 이후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사실이 드러나며 이 후보 측에 유리한 의견을 내준 대가로 퇴임 후 취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