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글로벌 자본시장, 기업들 올해 ‘사상 최대’ 12조 달러 이상 조달

입력 2021-12-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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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대비 17%, 코로나 이전보다 25% 증가
쿠팡·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올해 IPO 두각
내년 전망도 밝아...올해 신규 상장사 주가 부진은 흠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28일(현지시간)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올해 글로벌 자본시장이 그야말로 광란의 한 해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자금을 푼 덕분에 기업들은 사상 최대 규모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기관 레피니티브를 인용해 올해 전 세계 기업들이 주식과 채권 발행, 신규 대출 등을 통해 12조1000억 달러(약 1경4375조 원)로 사상 최대 규모 자금을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올해가 아직 며칠 남은 시점에서 조달액은 이미 전년 대비 17% 증가했고 코로나19 위기 이전인 2019년보다는 25% 가까이 늘었다.

미국에서만 5조 달러 이상이 모였고 다른 국가에서도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정책 속에 차입비용 부담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자금이 몰렸다. 기업들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만큼 막대한 현금이 쏟아지는 환경이 조성돼 새로운 투자자와 대출기관을 활용하기가 매우 유리했다고 FT는 설명했다.

특히 올 한 해 많은 자금을 조달한 기업으로 기업공개(IPO) 부문에선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 인수·합병(M&A) 부문에선 미디어 사업을 합친 디스커버리-AT&T와 철도화물업을 합친 캐네디언퍼시픽-캔자스시티서던 등이 꼽혔다. 쿠팡은 IPO로 약 46억 달러를, 리비안은 137억 달러를 각각 조달했다.

IPO의 성장 덕분에 전체 글로벌 주식 발행액은 1조44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사모펀드 활동도 활발했다. KKR와 블랙스톤, 아폴로 등이 올해 신용시장에서 빌린 자금만 1조1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10조 달러 규모의 미국 회사채 시장이 활발하게 거래되면서 시장 전반을 떠받쳤다.

▲플래닛랩스의 윌 마샬(왼쪽) 최고경영자(CEO)와 로비 싱글러 최고전략책임자(CSO)가 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 후 타임스퀘어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뉴욕/AP뉴시스
또 올해는 자금이 넘치다 보니 평소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낮은 신용의 기업들도 자금을 수월하게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발행액은 전년보다 17% 증가한 6500억 달러를 기록했고,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에 담보를 받고 대출하는 레버리지론의 신규 발행도 6140억 달러를 기록해 2배 넘게 불어났다.

JP모건체이스의 케빈 폴리 인수 전문 이사는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평가하든 아니든 자금시스템 전반에 유동성이 풍부했다”며 “M&A 시장에 동물적인 움직임이 살아있던 올해였다”고 총평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현 추세가 꺾이지 않고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UBS자산운용의 브래드 밀러 미국 자본시장 공동대표는 “현재 M&A 기회를 찾고 있는 회사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현재 550개 이상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합병 대상을 찾고 있고 이 중 200곳이 내년 말까지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다만 활발한 자금 조달과 비교해 올해 신규 상장한 회사들의 성적은 부진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FT는 “미국 상장사 시세를 추종하는 르네상스IPO지수는 올해 8% 하락해 2009년 출범 후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 대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스팩의 성패가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할지 아닐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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