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갈 곳 잃은 중숙련 일자리…일자리 양극화 계속

입력 2021-12-2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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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판매직·조립원 등 중숙련·반복 일자리, 기술진보로 산업전반에 자동화 대체

▲11월4일 오후 서울 강동구청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1 강동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무직과 판매직, 조립원 등 숙련도가 크게 높지 않고,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일자리 감소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즉, 숙련도가 매우 높거나, 비대면 생활방식 확산에 따른 택배원 및 배달원 등 숙련도가 매우 낮은 단순노무 일자리로 양극화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임금격차 역시 벌어질 전망이다.

27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오삼일 차장 등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코로나19 이후 고용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 판매, 기능원, 조립원 등 중숙련 반복 일자리 비중은 코로나19 발발 직전인 2019년(연평균) 48.6%에서 2021년(1~3분기 평균) 42.9%로 5.7%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관리자와 전문가 등 고숙련은 3.9%포인트(22.0%p→25.9%p), 육체노동 서비스 및 농림어업, 단순노무 등 저숙련은 2.5%포인트(29.4%p→31.9%p)씩 늘어 대조를 이뤘다.

(한국은행)
더 큰 문제는 중숙련 일자리 감소가 산업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발발기간인 2020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기간 중 중숙련 일자리 연평균 감소폭 0.63%포인트를 분해해 본 결과, 산업내 효과 감소가 0.41%포인트로 산업간 효과 감소폭 0.22%포인트의 두 배에 달했다. 이는 산업간 효과 감소가 많았던 예년(2014~19년, -0.22%p 감소 중 산업내 -0.02%p, 산업간 -0.20%p)과도 대조를 이룬 것이다.

여기서 산업내 효과란 기술진보와 팬데믹 이후 기업의 노동수요 변화 등 산업 전반적인 효과를 의미하는 것이다. 산업간 효과란 제조업 비중 감소 등 산업구조 변화를 말한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여의치 않은 데다,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자동화 대체가 용이하고 비용절감 편익이 큰 중숙련 일자리를 중심으로 고용을 조정한데 따른 것이라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또, 향후에도 감염병 리스크 완화, 노동비용 절감을 위한 자동화 대체, 비대면 생활방식 등이 지속되면서 반복업무 강도가 다른 일자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중숙련 일자리는 고용조정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같은 상황은 임금 양극화도 가속화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코로나19 발발 전후(2017~19년 평균과 2020~2021년 평균)를 비교한 시간당 실질임금상승률을 보면 중숙련 일자리에서 4.3%포인트 줄었다. 이는 고숙련(-2.3%p)과 저숙련(-3.5%p) 대비 더 컸다.

오삼일 한은 차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유연근무제 확산, 플랫폼 노동자 증가 등 근로조건의 변화, 자동화 확산 등으로 기업의 노동수요 및 가계의 노동공급 행태에 지속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용재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도록 취업교육 등 직업훈련 정책을 강화하고,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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