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측, 퇴직금 대상에 경영평가 성과급 제외 지적
대법원, 퇴직금에 경영평가 성과급 지급 판결 내리기도
22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특정 퇴직금 조건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직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할 지 물었다. 공식적인 제안이 아닌 은행들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비공식 의견 청취였다. 이번 청취는 한 국책은행 노동조합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기재부의 제시안과 국책은행의 기준 간 차이는 잔여기간 반영 범위다. 현재 국책은행의 퇴직금은 월 평균 임금의 45%에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의 절반을 곱한 값이다. 반면 기재부안은 정년(만 60세)까지 남은 기간을 모두 반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년까지 12개월 남았다면 국책은행 계산식에는 6개월만 해당하고, 기재부 계산식에는 12개월을 적용한다.
현재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은 만 57세, 산업은행은 만 56세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기재부의 조건과 관련해 “(받는 퇴직금은) 많으면 2억5000만 원에서 3억 원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기재부의 퇴직금안에 대해 국책은행들의 분위기는 냉담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명예퇴직 의견 수렴과 관련해 “기관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직원)들이 안 나가려고 한다더라”라며 “생각보다 부정적이어서 놀랐다”고 밝혔다.
국책은행들이 기재부안에도 명예퇴직을 망설이는 이유는 퇴직금에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성과급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금융 공공기관은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실적(S, A~E등급)을 평가받는다. 실적에 따라 연봉인상률, 성과급 등이 차등 결정된다. 성과급은 보통 그다음 해 지급된다. S등급 시 기준급여의 약 200%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복수의 국책은행은 퇴직금 산정 시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성과급이 명예퇴직금에서 제외돼 기재부의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 대법원은 경영평과 성과급을 퇴직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18년 법원은 경영평가 성과급이 계속적,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 대상과 조건이 확정돼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가 있다면 근로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성질과 같다고 판단했다.
기재부는 관계자는 경영평가 성과급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어떤 등급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퇴직 대상 직원이 앞으로) 경영성과급을 얼마나 받을지 예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수년 동안 명예퇴직이 일어나지 않아 국책은행의 인사 적체는 해묵은 과제다. 현재 국책은행의 퇴직금 계산식(월 평균 임금x0.45x정년까지 잔여 개월 수 절반)을 고려하면 퇴직하지 않고 버티면 현업 대비 약 65%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퇴직 유인이 크지 않은 만큼 국책은행의 명예퇴직은 사실상 없어진 상태다. 가장 최근의 명예퇴직은 수출입은행 2010년, 산업은행 2014년, 기업은행 2015년이다. 시중 은행들이 매년 명예퇴직을 단행하며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의 판례도 반영하지 않은 기재부의 제안이 안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24~36개월 치 월급과 자녀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등을 챙겨줘 올해만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에서 2000명이 넘게 짐을 쌌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대정부질문에서 “획기적으로 (퇴직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국민감정, 과거의 감사원 지적 등의 이유로 갑자기 올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홍 부총리는 “(명예퇴직) 신청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제도 개선에는 동의한 상태다. 그는 8월 인사청문회 당시 서면답변서에서 “국책은행 임금피크제 인력의 효율적 운용, 청년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명예퇴직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도 국책은행 명예퇴직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책은행은) 특성상 영업을 해야 해 이들은 일반 공기업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며 “(인사 적체로 인해) 영업적으로 국책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명예퇴직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수빈 기자 b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