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새 식품 수입액은 4.6배 급증
“식량 가격 상승·기아 부추겨”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농무부 자료를 인용해 옥수수와 밀 등 주요 곡물의 세계 재고량 절반 이상이 세계 인구의 20% 미만인 중국에 쌓여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농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반기(양곡연도 기준) 세계 곡물 재고량에서 중국의 비중은 옥수수가 69%, 쌀은 60%, 밀은 5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지난 10년 사이 20%포인트 안팎으로 상승한 수치다. 그만큼 중국이 꾸준히 곡물을 사재기해온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중국의 곡물 사재기를 보여주는 데이터는 또 있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식품 수입액(음료 제외)은 981억 달러(약 116조 원)로 10년 사이 4.6배 급증했다. 올해 1~9월 수입액도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는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미국·브라질 등에서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콩·옥수수·밀 수입액은 5년간 2~12배 급증하며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유제품, 과일류도 2~5배 늘었다.
중국은 기업을 통한 곡물 수입도 늘리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 식품업체들을 사들이는 형태로 식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육류가공업체 만주국제(영문명 WH그룹)는 지난 6월 유럽의 동종업체를 인수했고, 중국 최대 유제품 생산기업인 이리그룹은 2019년 뉴질랜드 유제품 업체를 사들였다.
중국 국가식량물자비축국은 지난달 “식품 재고 총량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면서 “밀의 경우 1년 6개월 수요에 맞먹는 양을 확보하고 있어 식량 공급은 절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이처럼 곡물 수입을 꾸준히 늘리는 것은 국내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성장으로 돼지 등 사료용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양질의 농산물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하지만 농지의 분산화와 토양 오염으로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과거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당시 기근을 경험한 중국 지도부와 시민들의 학습효과도 식량 사재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역대 왕조를 무너뜨린 반란은 대부분 기근이 원인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일찍이 “식량안보는 국가의 중요사항”이라며 거듭 강조해왔다. 여기에 최근 주요 식량 수입처였던 미국, 호주와의 관계 악화로 수입 환경이 격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이러한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의 식량 사재기가 전 세계 식량 가격 상승과 기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약 3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자원·식량문제연구소의 시바타 아키오 소장은 “중국의 사재기가 가격 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지난 5년간 1억 명 이상이 증가해 지난해 7억 명을 넘어섰다. 다카하시 고로 일본 아이치대 명예교수는 “기아는 선진국 전체의 책임이지만 중국의 책임이 더 무겁다”며 “기업의 농업 분야 진출 등으로 생산량을 늘려 식량 편재 해소에 공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