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지갑] 지진 보험은 없나요?

입력 2021-12-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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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5시 19분에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에서 발생한 지진.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14일 오후 5시 19분경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4년 전 포항지진과 달리 주향이동단층(수평으로 이동) 덕에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앞으로 1년간 여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입니다. 미래가 불안할 때 생각나는 게 있죠. 바로 보험입니다. 지진 보험은 있을까요?

우리나라 건물, 지진에 안전할까…내진 설계 비율 13%

지진 보험을 알아보기 앞서 우리나라 건물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내진설계 의무규정이 도입됐습니다. 1978년 당시 속리산 지진으로 지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1985년 멕시코시티 대지진을 목격하며 도입된 규정입니다.

현 건축법에 따르면 건축물은 고정하중, 적재하중, 적설하중, 풍압, 지진, 그밖의 진동 및 충격 등에 대하여 안전한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가장 최근인 2017년 10월에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은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 또는 단독·공동주택이 내진설계 의무규정 대상입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건축물에 해당하죠.

그러나 내진설계를 만족하는 건물의 비율은 여전히 크게 낮습니다. 올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국 건축물 중 내진 성능이 확보된 시설물의 비율은 13.2%에 불과했습니다. 건축물 10곳 중 9곳이 지진에 취약한 상태인 것입니다.

▲내진설계를 의무화한 건축법(건축법 캡처)

지진 전용보험 아직 없어…일부 민간보험에서 특약으로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는 지진 전용 보험이 없습니다. 다만 일부 보험 상품에서 지진을 특약으로 하고 있죠.

우선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민영보험사가 운영하는 ‘풍수해보험’이 지진에 대해 피해 보상을 합니다. 풍수해보험이 보장하는 재난은 지진·태풍·홍수 호우·강풍·풍랑·해일·대설·재해를 보상합니다. 집이 부서져도, 홍수로 침수가 나도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낮은 가입 비율입니다. 지난 9월 행정안전부 재난보험과 발표에 따르면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주택(단독·공동)이 24.9%, 온실(비닐하우스 포함)이 15.0%, 소상공인은 4.5%에 그쳤습니다. 올해부터 보험료의 70% 이상을 보장하기도 하는 만큼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민간보험 중에서는 화재보험이 특약(주계약이 보장내용을 보완하는 것)으로 지진 피해를 보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보험처럼 본인 부담금에 비례해 보험료를 내야 하죠. 하지만 이 또한 가입 비율이 3.2%(2017년 기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무가입인 사회재난보험으로는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손해는 면책으로 하고 있어 지진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2017년 보험연구원, 국회 정무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가 개최한 ‘지진보험 및 전통시장 화재보험 활성화 방안 토론회’ 중 해외 보험제도 분석 내용. (토론회자료 캡처)

해외는? …특약·개별상픔화 해서 의무가입

해외는 어떨까요.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많은 국가에서 보험 의무가입 등으로 지진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크게 지진 보험을 특약으로 포함한 국가와 의무 보험화한 국가로 나눠집니다.

일본의 경우 화재보험에서 지진을 의무적으로 특약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보다 조금 완화해서 지진 보험을 특약으로 포함하되 화재보험 판매 시 지진 특약 설명을 의무화했습니다.

뉴질랜드·대만·아이슬란드 등의 국가에서는 지진이 화재보험 내 특약이지만 의무가입하게 돼있어 사실상 의무 보험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뉴질랜드·아이슬란드에서는 건물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진 특약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터키, 멕시코 등에서는 지진 보험을 개별 상품으로 만들어 의무가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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