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모자라 車 공급 부족 이어져…철강ㆍ배터리 원자재 가격도 올라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의 신차 및 중고차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한편, 철강재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당분간 이런 오름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자동차 가격상승 현상 분석 자료'를 보면,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해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 중인 자동차 가격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역시 일부 인기 차종은 출고 대기기간이 1년에 달하고 있다. 일부 차종의 인기도 한몫을 했지만, 신차 생산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신차 할인과 프로모션(판촉) 등이 감소하는 추세다.
자동차 가격의 본격적인 인상은 2020년 하반기에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자동차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셧다운을 반복하면서 공급이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이 현실화되면서 또다시 공급이 위축됐다.
지난 9월 기준, 미국의 신차 평균거래 가격은 1년 전보다 약 12% 상승한 4만5000달러에 달했다.
미국은 자동차 제조와 판매가 분리돼 있다. 신차 가격은 딜러와 소비자 간 협상으로 결정되며, 최근에는 제조사의 MSRP(권장소비자가격) 보다 높은 가격에 신차가 거래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실제로 기아의 북미 전략형 SUV인 텔루라이드는 권장소비자가격을 넘는 가격에 신차 판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수요가 많은 지역 판매회사(딜러사)가 재고분을 보유한 다른 지역의 딜러사에서 웃돈을 주고 텔루라이드를 가져오는 경우도 보고됐다.
지난 9월에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미국 현지에서 가격을 올렸다. 2022년형 G80을 선보이면서 2.5 터보는 약 400달러, 3.5 터보는 최대 700달러까지 가격을 올렸다. 주력 세단인 G80은 처음으로 권장소비자가격이 7만 달러를 넘어섰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신차 공급 지연 탓에 중고차 가격까지 올랐다.
유럽은 지난 10월 기준, 중고차 가격이 올해 초보다 28.3% 상승했다. 일본 역시 중고차 가격(경매 기준)이 1년 전보다 11% 올랐다.
우리나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수입차는 명목 판매 가격이 상승하거나, 판매사의 판촉이 줄어드는 추세다. 10% 안팎의 할인이 성행했던 이전과 다른 양상이다.
여기에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수입차 판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히려 2.5배 증가했다. 10% 안팎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6%를, 올해(3분기 누적)는 23%에 달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의 가격도 유지되거나 오히려 상승 중이다.
예컨대 출고된 지 몇 달 되지 않은, 사실상 신차에 가까운 중고차는 오히려 신차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 중이다. 적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장점을 앞세워 높은 호가를 형성 중이다.
이처럼 신차와 중고차를 막론하고 차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반도체 공급의 불확실성, 제조 원가 상승 등이 여전히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동차연구원 역시 "이런 자동차 가격상승 현상은 단기에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