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측의 편의를 봐주고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곽상도 전 의원이 구속위기에서 벗어났다.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로비 의혹을 살펴보는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곽 전 의원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 부장판사는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해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를 넘기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가 받은 퇴직금 50억 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유지하도록 한 것에 대한 대가인 것으로 의심한다.
영장 범죄사실에는 세금 등을 제외한 25억 원이 기재됐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실제 수령한 금액이 25억 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7일 곽 전 의원을 소환해 조사한 뒤 이틀 만에 신병 확보를 시도했다. 그러나 법원이 곽 전 의원의 혐의가 구속할 만큼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난항을 겪게 됐다.
이른바 ‘50억 클럽’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 중 금품을 받았다는 점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 곽 전 의원의 혐의 소명도 이뤄지지 않아서다.
특히 검찰은 이미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 한 차례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는 상황을 마주한 바 있다. 대선이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을 기소하는 데 그쳐 수사 의지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부실 수사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영장 기각은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곽 전 의원은 구속 심사를 마친 뒤 “오늘 심문 과정에서 (제가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청탁받은 경위와 일시, 장소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0억 클럽이 오랫동안 이야기됐지만 현재 문제가 된 것은 저밖에 없다”며 “나머지 거론된 사람들은 검찰이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