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한파’에도 콧대 세우는 서울 아파트 보류지

입력 2021-11-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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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
한차례 유찰에도 가격 그대로
서울 신축 아파트 품귀 현상에
"버티면 팔릴 것" 조합들 '배짱'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 문주 (사진제공=현대건설)

서울 내 주요 재개발 아파트 보류지가 잇따른 유찰에도 좀처럼 콧대를 꺾지 않고 있다. 재입찰을 진행하는 보류지인데도 몸값을 낮추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신규 입찰 보류지도 시세대로 최저 입찰가를 정하기 일쑤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0%가량 줄고 아파트값 상승폭도 둔화하고 있지만 보류지 입찰시장은 ‘무풍지대’인 셈이다. 서울 내 새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는 한 보류지 아파트 몸값은 계속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삼호가든맨션3차 재건축 아파트) 보류지 5가구는 9일 오후까지 재입찰을 진행한다. 이번 최저 입찰가는 지난달 1차 입찰 때와 같다. 전용면적 59㎡형 1가구는 27억 원, 전용 84㎡형 4가구는 모두 33억 원으로 현재 시세와 같은 수준이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조합원 수 변동 등을 대비해 일반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을 말한다. 매각은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며, 만 19세 이상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애초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 보류지는 최저 입찰가격보다 1억 원 이상 비싼 값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됐다. 입지가 워낙 좋은데다 매물도 귀한 만큼 낙찰자가 몰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보류지 다섯 가구 모두 유찰됐다.

인근 H공인중개 관계자는 “이 아파트는 매물이 씨가 말라 금방 나갈 줄 알았는데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니 수요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도 조합 입장에선 값을 낮출 이유가 없으니 지난 번과 같은 가격으로 재입찰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은평구 수색4구역 재개발조합이 내놓은 'DMC롯데캐슬 더 퍼스트' 보류지 6가구 역시 시세대로 최저 입찰가격을 정했다. 입찰 대상은 전용 59㎡형 3가구와 전용 84㎡형 2가구, 전용 114㎡형 1가구다. 최저 입찰가격은 전용 59㎡형 11억5000만 원, 전용 84㎡형 14억 원, 전용 114㎡형 16억5000만 원으로 결정됐다. 입찰은 9일과 10일 이틀간 진행된다.

수색동 P공인중개 관계자는 “이곳은 매물이 귀한 단지이고 수색역과 가까워 입지도 좋지만 최근 주춤한 집값을 감안해 시세보다 조금 싸게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의외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수색4구역 조합 관계자는 “다수의 내부 의견을 모아 합의를 통해 최저 입찰가를 정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 연초 예정량의 25% 수준
“보류지 몸값 고공행진 지속”

보류지는 동·호수를 고를 수 없고 내부 옵션도 정해져 있어 일반적으로 시세보다 조금 저렴하게 가격을 매긴다. 하지만 최근 보류지는 시세대로 최저 입찰가격을 정하는 배짱을 부리고 있다. 이는 서울 내 신축 아파트 품귀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분양 물량은 약 1만5800가구 규모로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서울 내 예정 공급량 5만 가구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각종 재건축 규제에다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되면서 서울 내 대규모 재건축 단지 분양은 줄줄이 내년으로 미뤄지고 있다. 청약 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이렇듯 서울 내 신축 아파트 매물이 귀해지자 조합들은 ‘비싸도 결국 팔릴 것’이라고 판단해 콧대를 낮추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내 새 아파트는 공급 부족으로 보류지가 '귀한 몸' 취급을 받는 만큼 조합이 보류지 가격(최처 입찰가)을 낮춰 부를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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