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한국만 겪는 요소수 대란…손놓다 허찔린 글로벌 공급망

입력 2021-11-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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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품귀로 전국이 난리입니다.

경유차 운행이 올 스톱 될 위기에 처하면서 물류, 건설, 대중교통 등 전 영역에서 ‘빨간불’이 켜졌고요.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차와 구급차도 걱정이 태산입니다. 요소를 주원료로 하는 비료도 바닥을 보이면서 내년 밥상물가를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들리네요.

그런데 이웃 나라는 잠잠합니다. 수 년 전 일본 불화수소부터 올 초 대만의 차량용 반도체까지. 왜 매번 한국만 이 꼴을 겪는 걸까요.

요소 수입 97% 중국에 의존…“국내 재생산 가능성 없어”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붙은 요소수 품절 안내문.

5일 코트라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약 500만 톤(t)의 요소를 수출합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이죠. 인도가 이 중 절반(47%)을 가져가고요. 그다음은 한국입니다. 연초 이후 56만4000톤(14%)을 수입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중국만 바라보고 있다는 겁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요소수 원료인 산업용 요소는 97.6%가 중국산이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에 생산 업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2013년 전후로 모두 문을 닫았죠.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가 적자 끝에 2011년 생산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호주와 석탄 분쟁을 벌이면서 요소 생산이 위축됐고, 공급 차질로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기술적 난이도 때문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 워낙 낮아 국내 업체들이 문을 닫은 것”이라며 “요소 생산에 다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불소에 차량용 반도체까지…거듭되는 품귀 참사

▲2년 전 일본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품인 불화수소의 수출을 규제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정부와 기업들은 자체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에 착수했다. 사진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SK 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해 불화수소 협력 공정을 시찰하며 웨이퍼 세척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품귀 참사는 처음이 아닙니다. 2년 전 일본이 반도체 생산의 필수품인 불화수소(에칭가스)를 한국 기업에 공급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곤혹을 치렀는데요. 당시 한국은 80% 이상을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곧바로 열도를 찾았습니다. 해외에 있는 국내 기업들에 우회 공급을 요청했죠. 다행히 일본이 이를 수락하면서 시간을 벌었고, 이후 정부와 기업들은 ‘탈일본’을 위한 설비투자에 착수했습니다.

올 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차량의 두뇌의 역할을 하는 'MCU'를 들여올 수 없었는데요.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일주일간 울산공장 문을 닫았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 나라에 7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은 수입을 다변화하거나, 재고 물량을 늘리는 등 전략물자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 친절한 용어 설명: 요소수
석탄, 천연가스에서 뽑아낸 요소에 증류수를 섞어 만듭니다. 경유 차량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하죠. 차량 운행 과정에서 요소수가 줄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채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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