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 있어 감독체계개편 논의 가능
운영 방향에 따라 금감원 기능 축소-확대 극명하게 갈릴 듯
금융감독원의 명운이 심판대에 올랐다. 이찬우 수석부원장 부임과 부원장 인사로 정은보<사진> 금감원장 체제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조직 운영 방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5일 오전 이찬우 신임 수석부원장의 임용장 전달식이 열릴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 정 원장은 팀장급 등 시니어 직원 20명과 간담회를 갖는다. 당초 수석부원장도 간담회에 참석하기로 돼 있던 만큼 자연스럽게 이 수석부원장과 직원 간 상견례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원장과 이 수석부원장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에서 경력을 쌓은 ‘엘리트 관료’로 불린다. 최근 몇 년간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 생긴 간극을 메울 수 있을 것이란 평이 나온다. 실제로 정 원장은 원장 취임 이후 행정고시 동기(28회)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협력을 강조했다.
금융권은 정 원장 체제가 금감원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차기 정부는 현 정부와 달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꾸리기 때문에 감독체계 개편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점을 주요하게 꼽는다. 정 원장의 조직 운영 방향에 따라 금감원의 명운이 달라지는 것이다.
정 원장이 금융위 입장을 우선시 한다면 금감원의 권한과 기능은 더 축소될 수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2008년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분리된 이후 검사권과 제재권을 놓고 끊임없이 갈등 관계에 놓였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제재권을 상위기관인 금융위로 이관해야 한다는 논리로, 금감원은 금융위는 정책 기관이기 때문에 검사·제재권은 금감원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각각 주장한다.
정 원장이 금융위의 논리로 감독체계안을 접근한다면 금융위의 검사·제재권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를 ‘금융부’로 승격하는 발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도 거론된다. 금융위는 최근 가상자산 관리 주무부처로 지정되면서 산하 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조직과 인력을 확대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정권이 바뀌면 금감원장도 교체될 것을 알고 있어서 금감원을 위하는 마음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더욱이 금융개혁이 차기 정부의 과제가 될 수 있는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금감원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정 원장이 금감원 수장으로서 목소리를 높일 경우 금감원은 입지를 더 강화할 수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수장으로 있는 조직을 더 위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금감원의 최고 조직안은 한국은행과 같이 독립성을 갖추거나 금융위와 다시 합쳐 금융감독위원회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금융위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흡수되고 금융위 의결 기능만 금감위에 남는 게 핵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원장이 금융위에서 근무할 때 금감원을 사실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금감원 수장으로 있으면서 과거 스탠스가 바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