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지는 금리 인상…부채비율 높은 상장사 걱정 더 커졌다

입력 2021-10-17 16:32수정 2021-10-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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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벌써 회사 내 단기유동성 자금이 줄어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많게는 수천억 원의 장단기 대출이 있을 텐데, 이자 비용 지출이 늘어난다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된다. 보유 중인 장단기 예·적금으로 약간의 금융수익도 기대할 수 있지만, 비중이 크진 않다. 주식시장에서 돈이 나가면, 주가도 나빠진다. 이래저래 고민이다.”

한 상장사 IR 담당자는 13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자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지만, 속도는 조금이라도 늦어질 것으로 생각해서다.

기준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면서 국내 상장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이자 비용 증가로 유동성이 고갈돼 ‘헝다사태’와 같은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가정한다. 저금리를 활용해 빚을 내고, 더 큰 자본을 투입해 추가 이익 창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비용이 늘어나 단기유동성 유출로 이어진다.

13일 한국은행은 현행 0.75% 수준의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내달 2~3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를 앞두고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내달 추가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면서 레버리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던 상장사들도 이자 비용 증가에 직면하게 됐다. 통상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금리 수준은 1.00%까지 올라간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단기유동성 자금 고갈에 허덕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12월 결산법인 기준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이 가장 높았던 기업(연결실적)은 아시아나항공(2016.99%)로 나타났다. 이어 페이퍼코리아(1673.39%), 하나투어(1546.10%), 제주항공(1218.28%), KC코트렐(1085.19%) 순으로 나타났다. 운수업종의 경우 운용리스를 부채로 계산하기에 다른 업종보다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를 감안해도 다우기술(926.47%), CJ CGV(910.19%), 한화(860.54%), 참엔지니어링(838.88%), 덕양산업(744.63%) 등 국내 굵직한 기업들도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산업 특성, 거래 형태에 따라 적정 부채비율은 다르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는 디딤(1919.72%), 코다코(1427.84%), 세동(1131.26%), 케이프(1094.55%), ES큐브(964.01%) 등이 부채비율 상위기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투자자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부채총액 비중으로, 기업이 가진 자산 중 부채가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부채비율이 높다는 건 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도 빚을 갚기 위해 내야 하는 이자 비용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부채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재무상태가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급 능력이 낮아지면 재무여건이 빠르게 악화한다. 외부 채권자에 대한 위험도 늘어난다. 재무제표가 악화한 기업은 부실 경영으로 여겨져 통상 투자 뒷순위로 떨어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채를 늘린 기업들이 많다”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에 기준금리 상승은 신용 리스크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금리가 길어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어려워졌다”며 “기업들의 펀더멘털 평가도 많이 달라졌다. 자본보강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확보한 기업 위주로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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