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활 속 나를 지키는 ‘안심 서비스’

입력 2021-10-1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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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오 한국인터넷진흥원 이용자보호단장

인류는 수 천 년의 역사를 이어 오며 세기의 거짓말을 목격해 왔다. 인류 최초의 거짓말이라 불리는 성경 속 선악과에 얽힌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거짓말은 늘 인류사에 존재했다.

오늘날 인류는 모바일 기기를 들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전 세계와 로그온(Log On)할 수 있다. 비대면으로 축제를 즐길 뿐 아니라, 물건을 사고파는 각종 거래나 사업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추세이다.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하면서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변화한 부분도 있지만, 직접 얼굴을 확인하지 않기에 누군가를 속여 이득을 얻는 방법 또한 쉬워졌다.

그 대표적인 행위가 바로 불법 스팸,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에서 나타나는 ‘사칭’이다. 내가 거래하는 은행을 비롯해 국세청, 건강검진기관, 그리고 입사지원서를 낸 기업까지 사칭한다. 생활과 밀접한 모든 것을 사칭하기에 해당 내용을 열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정부가 범죄에 악용된 통신자원을 이용 정지 및 해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자, 최근에는 ‘알바’라고 속여 제3자가 개통한 전화번호 또는 가입한 문자 사이트 등을 활용해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해외 서비스를 이용해 규제를 회피하기도 한다.

점점 교묘해지고 지능화하는 ‘사이버 사기’는 적법한 정보와 광고를 전송하는 정부기관ㆍ기업, 이를 받는 수신자에게도 난감한 상황을 만든다. 정부는 사후적으로 불법행위를 단속 및 규제할 수 있지만, 개인 간 정보 교류에는 관여할 수 없어 실시간으로 정상적인 정보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데, 바로 선의의 피해자인 정상 기업과 수신자에게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동안 사칭이 이뤄진 방식을 보면, 음성 전화의 경우 수신자의 모바일 기기에 뜨는 발신자 번호를 거짓으로 표시하고, 문자는 텍스트로 기업명과 전화번호를 도용해 왔다. 이 같은 행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통신사는 정상적인 전송자임을 인증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송자가 컨트롤할 수 없는 특정 공간에 ‘기업 로고’를 넣거나, 사전 등록한 기업 이미지 등을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수신자가 안심하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OO 은행’ 이름이 똑같이 쓰여 있더라도 정해진 공간에 ‘기업 로고’가 없다면 사칭으로 간주할 수 있다.

또한 수신자는 ‘후후’나 ‘T전화’ 등 일명 ‘전화번호 평판 앱’을 이용해 지금 나에게 걸려온 전화ㆍ문자가 스팸신고로 많이 접수된 전화번호인지를 미리 판단할 수 있다. 웹사이트에서 대량으로 문자를 보낼 일이 없는 개인의 경우, 자신의 번호가 문자 사이트 등에서 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통사의 ‘번호도용문자 차단서비스’에 가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전송자와 수신자에게 보호 수단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통신사는 정보 전송을 매개하는 네트워크 사업자로서 문제의 문자를 직접 필터링한다. 대표적으로 ‘스팸 차단 서비스’가 있는데 이 서비스는 통신사에 가입할 때 기본으로 제공되며, 실시간으로 스팸 여부를 분석해 수신자에게 전달하기 전 자동으로 차단한다. 우리가 종종 받는 스팸은 이 시스템에서 걸러지지 않고 전달된 것이다. 수신자마다 원하지 않는 정보가 다르고, 사칭하는 수법도 교묘하게 변하기 때문에 통신사의 일괄적인 필터링만으로는 수신자를 섬세하게 만족시키기란 사실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확실한 부분은 이 서비스가 우리에게 전달되는 스팸의 총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러한 필터링 서비스를 음성 전화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음성은 문자보다 필터링 기준을 잡는 것이 까다롭지만, 발신의 특정 패턴을 분석한다면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현재 일부 통신사에서 음성 스팸 필터링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는데, 전 이통사로 확대하면 음성 스팸뿐 아니라 보이스피싱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통사의 직접 필터링에 따른 오차단ㆍ과차단 우려에 대해서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는 부가서비스 형태로 운영한다면 어느 정도 통신사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인류와 늘 함께 해 온 거짓말처럼, 이제는 ‘사칭’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일상 깊숙이 침투했다. 특히 비대면성을 악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통신사는 필터링 서비스 등 보호 수단을 강화하고, 이용자는 이를 활용해 사이버상 안전조치를 취하며 대응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사칭’이라는 또 다른 거짓말에 속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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