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바이든 증산 확대 요구 무시…인플레 압박·에너지 대란 심화

입력 2021-10-0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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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11월 증산 규모 종전 유지 결정
WTI 2%대 급등하며 7년 만에 최고치
유럽과 중국도 전력난 심화에 OPEC+와 대립 구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앞에 모형 시추기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증산 확대 요구를 무시한 채 당분간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소식에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에너지 대란과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도 커졌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OPEC+는 이날 장관급 회의를 열고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기존 합의를 11월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회원국들은 7월 회의에서 이 같은 조처를 하기로 하고 3개월째 시행 중이었다.

OPEC+ 발표에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3% 급등한 배럴당 77.62달러를 기록해 2014년 11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역시 3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82달러까지 치솟았다.

앞서 백악관은 날로 커지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대처해줄 것을 OPEC+에 요청했다. 지난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방문의 주된 목적은 예멘 내전 논의였지만, 그 자리에서 석유 시장의 불안정 또한 미국의 관심인 점을 강조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은 OPEC을 포함한 세계 동맹국들에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며 “유가 상승을 막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경기 회복을 돕기 위해 시장에 더 많은 석유를 공급하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OPEC+가 발표한 결정은 바이든 정부의 요청을 무시한 꼴이 됐다. OPEC+ 관계자는 “우리는 코로나19의 4차 물결이 두렵고 누구도 큰 움직임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OPEC+의 결정에 따라 에너지 비용 인플레이션이 경제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미국과 중국, 유럽 등 대규모 에너지 소비국과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절반 이상을 통제하는 OPEC+ 간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은 커졌다.

애틀랜틱카운슬의 리드 블레이크모어 부국장은 “OPEC+가 현 생산 계획을 변경하지 않으면 유가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며 “다음 회의 때까지도 오르고 있다면 OPEC+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군다나 유럽과 아시아는 타이트한 에너지 공급으로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마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실정이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탯은 지난달 유럽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7.4%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4분기 전기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고 그리스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각국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EU는 21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에너지 가격 문제를 주요 의제에 포함하기로 했다.

중국 역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강도 높은 탈 탄소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전력난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주엔 국영 에너지업체들에 난방 수요가 치솟는 겨울철을 대비하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연료를 확보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이 소식에 주요 전력 수입국인 인도에서 대규모 정전을 우려하는 등 전력난이 전 세계로 번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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