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네놈이야말로 민족의 반역자야!”
호의적인 토론으로 시작됐던 부자간의 대화는 점차 격론을 거치더니, 한 치 양보 없는 치열한 전투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결국, 그날 밤 형은 집을 뛰쳐 나가 버렸다.
1980년대 중반 서울, 경찰 고위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와 대학에서 최루탄 연기 속을 내달리며 공부보다 시위에 열중하던 형의 첫 담화는 그렇게 결말이 났고, 그 후 거의 십여 년 이상 둘은 서로 등을 돌리고 지내게 되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고 리영희는 말했다. 그분의 말을 평생의 신조로 삼았던 나는 아버지가 보시던 조선일보와 형이 창간호부터 챙겨보던 한겨레신문, 이 두 가지를 아직도 정기구독하고 있다.
같은 상황에 대한 두 가지 시각, 파업 현장에 관한 기사에서 한 신문은 시위대에 폭행당하는 경찰의 사진을, 다른 신문은 경찰에게 수갑이 채워져 연행되는 시위대의 사진을.
‘그래, 이런 것이 새의 두 날개지’라고 여기며 30년 넘게 두 신문을 보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두 신문 사이의 틈이 점점 벌어지는 느낌이 든다. 또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이전보다 더 격렬해진 사상의 대립을 볼 수 있고, 여러 SNS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려면 서로 박자와 강약을 잘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따로 날갯짓하는 모양새다. 이러면 날기는커녕 소리만 요란할 뿐일 것이다. 물론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자신과 동조하는 사람들과만 소통하고 모이는 현상이 강화되면서 다른 사상이나 종교를 가진 이들과 대화와 교류의 단절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다음을 사회적 운동으로 제안하고 싶다. 학교, 회사, 관공서 등 각종 단체에 의무적으로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을 동시에 배치하기를.
새가 두 날개로 날 수 있으려면 좌우익 간에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므로.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