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혼자 산 시간이 길면 길수록 어르신들의 밥상은 외로운 감정조차 무뎌져 버린 마음처럼 공허하다. 반찬이랄 것도 없이 밥에 김치나 장 종류만 놓고 드시는 경우가 많다. 식사라기보다는 끼니를 때우는 식이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하고 이제는 드시고 싶은 것도 없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사별 후 자식들과 떨어져 지인 집에 의탁하고 있는 김○○ 어르신은 혼자 식사할 때가 가장 외롭다고 말씀하신다. 입맛은 없지만 약을 먹기 위해 찬밥에 물을 말아 허기를 채운다는 어르신은 부실한 식사를 걱정하는 나에게 “괜찮아 이제 이골이 나 괜찮아”하며 웃으신다. 요리에 서툰 남성 어르신의 경우에는 대충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통사고로 시력을 상실했다는 70대 남자 어르신도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매번 사 먹을 수도 없고, 요리도 못 하지만 잘 보이지도 않아 애로사항이 많다는 어르신은 챙기는 것조차 귀찮아 대충 몇 술 뜨고 말았는데 보건소로부터 반찬 서비스를 받은 후로는 먹는 게 좀 나아졌다고 하신다.
나이가 들면 소화기 기능이 떨어지는 데다 만성질환도 있다 보면 식욕부진은 흔하게 나타나는 일이다. 문제는 식사 부실로 인한 영양 불균형과 우울증 등 정신건강까지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에서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서도 평소에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42%, 극단적 선택에 대해 생각할 가능성이 49%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1인 가구의 경우에는 대다수가 혼자 먹기 위한 밥상에 공을 들이는 경우가 드물다.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긴 밥 한 끼의 의미가 사라진 탓이다.
우리들에게 밥은 그냥 밥이 아니다. 밥은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고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의미도 있다. 밥에는 가족들의 따뜻함과 그리움 등 정서적인 느낌이 담겨 있다. 우리가 반찬 나눔을 지속해 오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비록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고 그리운 한 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지킴이들도 이 활동을 통해 안부도 챙기고 말벗도 되어 주고 한 끼라도 밥다운 밥을 드시게 함으로써 기운을 내게 마음을 전한다. 밥맛이 있어야 사는 재미도 더할 수 있다. 밥상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나누던 정을 어르신들도 밥 한 끼를 통해 느끼고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