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회의록 양식의 서면으로 해고를 통지하더라도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는데, 내용이 축약된 회의록으로도 해고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 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B 씨는 2019년 3월부터 A 사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거래처로부터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받았다. 그는 경리 직원의 지적에도 법인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 계좌로 대금을 지급하는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 사는 '현지에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기 어려워지고 세무조사를 받는 등 불이익을 입을 수 있게 됐다'며 회의를 거쳐 B 씨를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B 씨에게 회의 일시와 장소, 참석자, 회의 내용, B 씨에 대한 회사의 조치 등이 담긴 회의록을 제시했다.
B 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는 해고 사유도 인정할 수 없고,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며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는 해고 사유는 인정하면서도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A 사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도 "회의록만으로는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다"며 B 씨에 대한 해고가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B 씨가 해고 통지를 받을 당시 이미 해고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서면에 B 씨의 업무상 잘못이 다소 축약적으로 기재됐고 회의록이 형식적으로 작성됐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