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도 접속 장애 발생…수 시간 대기 예사
온 가족이 매달려 부모 백신 예약하는 촌극
허점 이용해 새치기도…'디지털 디바이드' 우려
"정말 답답했죠. 온 가족이 모두 나서서 맥북, 아이폰, 그램 전자기기 총출동 시켰는데도 접속이 안 됐어요."
19일 밤 임나운(30) 씨는 어머니 백신을 예약하려 했지만 접속에 실패했다. 본인과 동생, 아버지 등 온 가족이 나섰으나 모두 접속이 되지 않았다. 결국 10시 15분쯤 동생의 친구가 대신 접속해 겨우 예약에 성공했다.
같은 날 직장인 김 모(26) 씨는 2시간 40 여분을 기다려 어머니의 백신 예약에 성공했다. 예약 시작 시간인 8시 전부터 대기했으나 접속이 되지 않았고, 10시에 다시 홈페이지가 재개된 이후 40여 분을 더 기다렸다가 겨우 성공했다.
김 씨는 "웬만한 수강신청도 이거보단 낫겠다 싶었다. 기다리다가 서비스 오류 뜰까 봐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모른다. 티켓팅 저리 가라 싶었다"라고 말했다.
만 53∼54세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이 재개된 19일, 예약이 개시되자마자 홈페이지가 먹통이 됐다. 일부는 접속 대기에만 수 시간이 걸렸고, 사이트 접속이 아예 안 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은 클라우드 서버를 긴급 증설해 오후 10시 사전예약을 재개했지만, 접속은 여전히 원활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 10시 45분께 PC로 접속하자 대기 중인 이용자는 약 32만1000여 명으로, 예상 대기 시간은 '89시간 12분 31초'로 나타났다.
접속 지연 현상은 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 시스템이 열릴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접속 문제 해결을 위해 사전 예약 연령을 세분화하고, 19일 오후 예약 사이트를 차단한 채 사전 점검을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 신속하게 오류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접속 장애 문제는 되풀이됐다.
20일 오후 8시부터 열리는 50~52세 236만 명 사전 예약과, 21일 저녁 8시부터 시작되는 50∼54살 대상자 사전 예약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임 씨 사례처럼 가족 모두가 나서도 접속 장애로 백신 예약이 쉽지 않은 가운데, 혼자 사는 50대나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50대라면 예약이 더 어려울 거란 지적이다.
지난 12일 백신을 예약한 직장인 이수진(29) 씨는 "홈페이지에서 기다리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본인 예약이랑 대리예약으로 칸을 나눠놨던데 거기서(본인인증)부터 막혔을 것 같다"며 "어르신들은 솔직히 하기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19일 백신을 예약한 김 씨도 "어르신들은 쉽게 못하실 것 같다. 일단 기다리고 나서 들어간다고 해도 인증 절차를 나이 드신 어르신들께서 수월하게 할 수 있을까? 어려우실 거다"라고 말했다.
기술 허점을 이용한 이른바 비공식 통로 접속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에서 "비정상적인 경로로 접속을 시도하는 것은 사전에 차단된다"고 밝혔지만,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회 방법을 통해 예약에 성공했다는 인증 글이 쇄도했다.
접속기기의 물리적 시간을 바꿔 서버와의 시간 차를 이용해 접속 대기를 무력화하거나, 비행기 모드를 사용하는 등 접속기기와 서버 간 인증의 허점을 노린 이른바 '디지털 새치기'다.
한 네티즌은 개발자 창을 이용해 접속 대기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인증하기도 했다. 이에 온라인상에는 "부도덕한 방법이다" "정부의 허술한 사전예약 시스템이 문제다" "정직하게 기다려 백신을 예약하는 사람만 바보다"라는 등 의견이 나오며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