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파견직 기준 모호 불만
대법원이 8일 현대위아의 사내 하청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불법파견 소송에서 7년 만에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불법파견이 인정됨에 따라 현대위아는 최대 2000여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직접고용(이하 직고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그동안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불법파견 등 편법으로 비정규직을 운영해온 것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5년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이어 내려진 이번 대법원 판결은 더는 기업들의 비상적인 인력 운용을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을 못 박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결과적으로 기업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큰 비용을 치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다른 기업체로 파견가서 근로를 제공하는 파견직과 계약을 통해 도급인(원청사)에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도급직으로 나뉜다. 이들 모두 비정규직으로 분류된다.
원청사의 업무지시를 받는 도급직과 달리 파견직은 소속된 파견업체의 업무지시를 받는다. 만약 원청사가 파견직에 업무지시(2년 이상)를 할 경우 불법파견으로 인정돼 직고용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원청사가 파견직을 이용하는 것은 저비용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고, 사용자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원청사가 업무 효율성을 위해 파견직에 대해 업무지시를 내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 현대위아 소송 건도 업무지시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갈등에서 비롯됐다. 경영계는 도급직과 파견직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교수도 “현장의 혼선을 막기 위해 파견과 도급계약의 본질과 개념에 대한 객관적이고 규범적인 해석과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이 사내하청 근로자 등 비정규직에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원덕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국내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 보니 아무래도 기업들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기업 내부에서 고용과 임금체계를 유연화하기 위한 노사 화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현대위아의 직고용 이행 방안을 지켜보고, 제도 개선 등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