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흡수하는 '크럼블 존'이 중요, 승객석은 철옹성처럼 버텨야 해
일반적으로 차와 차가 충돌하면 우리는 양쪽의 '손상 정도'를 따질 때가 많다.
이때 덜 찌그러진 차가 안전하고, 많이 찌그러져 형체를 못 알아볼 차를 두고 "안전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찌그러진 차가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가 맞는 말이다.
자동차가 고정 물체와 부딪히는 것은 ‘충돌’이다.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물체와 부딪히면 ‘추돌’이다. 힘의 방향에 따라 정의가 달라진다.
충돌 또는 추돌 사고 때 운전자나 승객의 부상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이 차체의 '찌그러짐'이다.
차체가 구부러지면서 1차 충격을 흡수하면, 운전자와 승객에게 전달되는 2차 충격이 당연히 줄어든다. 자동차 실내 내장재를 말랑말랑한 충격흡수 소재로 쓰는 것도 이런 승객 부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예컨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무릎을 가볍게 구부려주면 온몸에 전해지는 충격이 줄어든다.
반대로 무릎을 꼿꼿하게 편 상태에서 '착지'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모르긴 몰라도 어디 하나 골절상을 입을 공산이 크다.
결국, 이렇게 잘 찌그러지는 부분을 이른바 '크럼블 존(Crumble zone)'이라고 부른다.
크럼블 존의 철판들은 찌그러질 때 S자로 구부러진다. 철판과 철판이 만나는 선 위에는 일정 거리마다 '주름'을 넣는다. 주름 모양대로 구부러지도록 유도하는 기술이다.
무턱대고 찌그러져서도 안 된다. '크럼블 존'은 쉽게 찌그러지되, 승객이 타고 있는 승객석은 철옹성처럼 버텨내야 한다.
2017년부터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추진하는 '스몰 오버랩 테스트(전면의 25% 충돌)'를 살펴보면 이런 주장을 이해할 수 있다.
탄탄한 프레임을 갖춘 지프 랭글러는 전면의 25% 충돌 테스트에서 0점을 받았다. 고정 벽면에 충돌하자마자 차체가 곧바로 전복됐기 때문이다. 프레임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버틴 탓이다.
"튼튼한 프레임 자동차가 안전하다"라는 편견을 깨트린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