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시장 참여 늘어나자 재무구조 개선 활용 의도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석탄생산업체 피바디에너지와 해양시추업체 트랜스오션, 의류소매업체 익스프레스 등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피바디는 최대 1250만 주 증자를 계획하고 있고, 익스프레스도 최대 1500만 주 신주 발행을 목표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트랜스오션도 최대 4억 달러어치 신주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현시세’에 소액의 증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들 모두 막대한 부채와 손실 등으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들어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부실기업 꼬리표가 붙은 기업들이 운영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은 드물다. 하지만 밈 주식으로 주목받은 AMC 사례는 이들 부실기업에 ‘잠재적인 탈출구를 열어주고 있다고 WSJ는 평가했다.
AMC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으나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가 폭등했고, 치솟은 주가를 회사 재무 구조 개선에 이용하기 위해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22억 달러에 달한다. 헤지펀드 라이트스피드매니지먼트의 제이미 짐머맨 최고경영자(CEO)는 “부실기업의 경우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 증자만이 자금 조달을 위한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현금을 손에 쥐게 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계좌를 개설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주식시장 유동성이 더욱 커졌다. 이런 가운데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 투자가 늘어나자 주식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하려는 기업도 덩달아 증가하게 됐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전체 주식 거래량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보다 약 두 배가량 확대됐으며 현재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이들 부실기업이 유상증자에 성공해 더 나아가 재무구조 개선까지 이루게 된다면 비전문가인 개인투자자들이 금융시장을 재편하는 또 다른 사례가 되는 것은 물론 다른 여러 기업이 유상증자에 나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다만 이들의 유상증자 시도가 AMC처럼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파산 보호를 받고 있던 렌터카 업체 허츠글로벌홀딩스도 개인투자자 집중 매수세에 힘입어 유상증자를 시도했으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압력으로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