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0원' 바이오기업 수두룩…볕 들 날 언제 오나

입력 2021-06-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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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많은 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R&D)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공개(IPO)를 선택한다. 상장 바이오기업들은 성장잠재력을 무기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매출이 없는 적자기업이 다수란 점에서 언제든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2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지난해에도 바이오기업 25곳이 새롭게 증시에 이름을 올렸고, 이 가운데 17곳은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했다.

줄지어 IPO에 나서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는 바이오기업이 여럿 포진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아직 매출을 내지 못했거나, 매출 규모가 미미한 기업이 다수다. 오직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으로만 평가받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2019년 기준)에 따르면 전체 1003개 기업 가운데 응답한 848개 기업의 26.1%(221개 기업)는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기업 10곳 중 3곳은 매출이 '0원'이란 의미다. 또한, 매출을 내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린 기업이 47.7%로 절반에 달했으며, 매출을 내더라도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곳이 29.4%를 기록했다.

단일 파이프라인,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

상장에 성공한 신약개발 바이오기업들은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박' 아니면 '쪽박'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신라젠이 대표적인 사례다. 항암 신약 후보물질 '펙사벡'을 앞세운 신라젠은 2016년 코스닥 상장 후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한때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라섰으며, 장중 시총 1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펙사벡의 임상 3상이 중단되고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면서 순식간에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현재 신라젠은 시총 8600억 원 규모에서 거래정지 상태다. 신라젠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엠투엔은 지난달 31일 600억 원에 회사를 인수했다. 신라젠은 이를 계기로 경영정상화를 실현해 재기하겠단 각오다.

국내 1호 기술특례상장 기업인 헬릭스미스도 진통을 겪고 있다.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로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던 이 회사는 엔젠시스의 임상 3-1상이 실패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헬릭스미스는 현재 미국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임상 3-2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목표를 조기 달성해 최단 기간 내 임상 성공을 알리고, 희귀질환에 대한 임상을 진행해 기술수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신약 상용화만이 살 길…임상 결과 꾸준히 공유

코스닥 시총 상위 100위 권 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셀트리온헬스케어나 씨젠, 휴젤 등 몇 곳을 제외하면 매출이 없거나 적자기업이다. 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이들 기업은 임상 시험에 속도를 내며 신약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2018년 상장한 셀리버리는 내재면역제어 항바이러스·항염증 면역치료제 'iCP-NI'의 임상 진입에 집중하고 있다. iCP-NI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을 확인,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임상을 준비 중이다. 또한, 아토피피부염에 대해서도 치료 효능을 증명해 연내 비임상시험을 완료할 예정이다.

메드팩토는 주력 파이프라인인 항암 신약 '백토서팁'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한 임상 1b/2a상의 연구 결과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선보인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객관적 반응률은 15.2%로 나타났다. 키트루다 단독 투여 시 반응률이 0%에 가까운 환자군에서 얻은 데이터란 점에서 백토서팁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네오이뮨텍도 NT-I7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하는 미국 임상 1b상 결과를 ASCO에서 발표한다. 오는 11월 미국 면역항암학회(SITC)에서는 NT-I7과 티센트릭의 병용 투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주요 학회에서 임상 결과를 소개하고, 내년에 기술이전 계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항암면역치료제 개발 기업 박셀바이오는 자연살해(NK)세포를 활용해 기존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진행성 간암과 수지상세포(DC)를 활용한 다발골수증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맞춤형 항암면역치료제'의 스마트 제조공정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타깃하고 있다.

메지온은 '유데나필'의 미국 허가 여부가 내년 3월까지 결정된다. 유데나필은 선천성 심장 기형으로 수술받은 환자의 운동능력을 개선하는 치료제다. 허가를 획득하면 메지온이 직접 판매에 나서 매출과 수익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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