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세재 혜택 영향 기대…미·중 갈등에 등 터지지 않을까 우려
미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 조사를 이번 주 완료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기업 투자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한편, 중국과의 패권 경쟁 강화로 양국 틈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4일 4대 핵심 품목(반도체·배터리·희토류·바이오의약품)의 공급망 조사를 마무리하고 글로벌 공급망 회복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 2월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100일간 조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조사 결과와 공개 범위, 시기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와 세재 혜택 등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이 아시아에 넘겨준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해 자국 반도체 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할 수도 있다.
반도체 생태계가 복잡하고 세계적으로 얽혀있는 만큼 미국 반도체 기업과 연결된 해외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 및 세제 지원의 낙수효과를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등으로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이에 화답하며 적절한 보상을 줄 것이라는 기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투자나 세재 혜택 등이 확대되면 자국 기업인 인텔, 퀄컴 외 글로벌 모든 반도체 업체가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면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을 보이면서 양국의 갈등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고, 주요 거래선을 갖춘 국내 기업들은 양국 사이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투자 건을 계기로 중국 당국이 보복행위 또는 불시 점검과 같은 어깃장을 놓는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유리하게 중국에는 불리할 수 있는 형태로 중국을 압박하는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라며 “기업으로서는 이런 환경 자체가 불안하고 리스크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정상적인 사업을 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미·중 힘겨루기 속에서도 중국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어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반도체 공급 재편’ 이슈는 2018년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한동안 계속해서 주요 이슈로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공급난이 길어지면서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미·중 갈등 역시 장기화할 수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열린 타이베이 컴퓨텍스 무역박람회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2년은 더 이어질 수 있다”라며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능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직도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