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장애인 성범죄 가중처벌, 비장애인 시각으로 봐선 안 돼"

입력 2021-02-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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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신체적ㆍ지적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상 가중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성폭법 위반(장애인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장애인 강간 등이 아닌 강간·강제추행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피해자에게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특별히 보호해야 할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지 않다고 본 원심 판단이 위법하다는 취지다.

A 씨는 2013년 옆 건물에 피해자 B 씨가 혼자 사는 것을 알고 찾아가 강제추행,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B 씨는 지체 및 시각장애 3급이며 어릴 적 앓은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왼쪽에 비해 짧고 시력이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A 씨를 성폭법상 장애인 강간 등 혐의로 기소했다. 성폭법은 강간, 강제추행 등의 피해자가 ‘장애가 있는 사람’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2심은 “성폭법에서 규정하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에 해당하려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장애가 있어야 한다”며 일반 강제추행, 강간 등이 성립한다고 보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수사기관, 법정 등에서 진술할 때 언어 구사 능력, 질문에 대한 이해도와 답변 내용, 진술 태도 등이 자신과 관련된 성적 행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의사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봤다. 신체적 장애도 일상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폭법 6조의 취지가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 항거능력, 대처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중처벌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하면서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돼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해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취지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의미와 범위, 판단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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