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숭이가 전략 물자?…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 품귀 현상

입력 2021-02-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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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인간과 DNA 유사해 백신 개발에 필수
미국으로 수입된 원숭이 60%는 중국발…야생동물 판매 금지 조치로 상황 악화
"전략적 원숭이 보호 구역 조성해야"

▲태국 방콕의 국립 영장류 연구센터에서 지난해 5월 23일 원숭이 한 마리가 우리 안에 갇혀있다. 방콕/AP뉴시스

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 실험용 원숭이가 귀한 몸이 됐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원숭이 보호 구역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내 7개 영장류 센터에 있는 2만5000마리의 원숭이 중 약 600~800마리가 코로나19 실험 대상이 됐다. 미국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모리셔스 등에서 필리핀 원숭이를 데려오기도 하지만, 주로 중국에서 원숭이를 수입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한 결과 2019년 미국으로 수입된 3만3818마리의 영장류 중 60%가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었다.

원숭이는 인간과 DNA의 약 90%가 같아 각종 백신 개발 과정에서 사용되는 실험 대상이다. 원숭이는 비강 내부로 면봉을 넣어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검사하고 폐를 스캔해볼 수 있어 코로나19 백신 실험에도 적합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됐던 덱사메타손은 햄스터를 대상으로 동물 실험이 진행됐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실험할 대체 대상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예상치 못한 수요로 원숭이를 구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필리핀 원숭이의 가격은 한 마리 당 1만 달러(약 1108만 원)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실험실 동물의 주요 공급처였던 중국이 야생동물 판매를 금지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 정세가 나아지고 수입과 수출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면 적극적으로 수출입을 승인할 것”이라며 특정 종이나 국가를 겨냥한 금지 조치가 아니라고 전했다.

중국이라고 원숭이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약 4만5000마리의 원숭이를 기르고 있지만, 현지 연구원들은 원숭이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하이테크놀로지벤처캐피탈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지역 내 대형 제약회사 3곳이 지난해 실험용 원숭이 부족에 시달렸다”며 “구체적으로 원숭이 2750마리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원숭이 부족분은 향후 5년간 매년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미국에서 정부가 석유와 곡물을 비축하듯 전략적으로 원숭이 보호 구역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툴레인 국립영장류센터의 스킵 봄 부소장은 “10년 전부터 전략적 원숭이 보호 구역 조성에 관한 논의가 나왔지만, 프로그램에 드는 비용과 시간 탓에 한 번도 프로젝트가 시작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코엔 반 롬페이 캘리포니아 국립영장류센터 감염병 전문가는 “10년 전 정부가 센터 규모를 확장하라고 지시했지만,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오히려 축소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동물 실험에 대한 윤리적 문제 제기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브리티시항공과 중국남방항공, 카타르항공, 유나이티드항공은 실험에 사용될 동물을 운송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실험 대상이 된 원숭이는 다시 무리로 돌아갈 수 없어 안락사해야 한다. 동물 권리 운동가들은 새끼를 어미와 분리하는 등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영장류 센터를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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