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동차에 '신들린' 남자

입력 2008-12-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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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김필수 교수

어떤 한 분야에 미쳐 있는 사람, 혹은 목숨을 깎아서 일하는 사람을 볼 때면 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 그 사람의 성격과 일상을 직접 목격하게 되면 저렇게까지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까칠한 성격에 외골수적이고 성취욕으로 가득한 경우가 많다.

경기도 안양시에 소재한 대림대학에 재직 중인 김필수 교수(47세)는 분명 자동차에 미쳐 있는 사람이다. 그것도 제대로 미쳐 있다. 자동차학과에서 학생들에게 자동차를 가르치는 것에서부터 수많은 매체에 자동차 관련 칼럼을 쓰고 또 그가 맡고 있는 자동차 관련 직책만 해도 수십 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자동차 관련 학술 연구와 사회활동 등을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인명사전에 10년 연속 이름을 올린 장본인이 아니었던가.

김 교수를 만나러 가는 길, 글로만 접해왔던 그를 실제 만나면 예상했던 것처럼 까칠하지 않을까 내심 불안해하며 압구정동으로 향했다.

트렌드 세터들로 가득한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교수는 예상과는 달리 여유롭고 편안한 모습에 더군다나 47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이었다.

"지금 막 기아자동차 압구정 영업점에서 미팅을 마치고 오는 길이에요. 더군다나 지금이 학기말이라 학생들 시험도 있고 또 취직자리도 추천해주고, 여러 기관에서 자문위원을 맡아 미팅도 많죠. 하지만, 모두 제가 좋아하는 자동차에 관련된 일이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자동차정비학원까지 다녀

막연히 자동차가 좋아, 대학교 시절 각종 자동차 잡지를 손에 달고 살았다는 그는 직접 자동차를 다뤄보기 위해 종로의 한 자동차정비학원까지 다니며 자동차를 분해하고 조립했다고 한다.

"마니아적인 기질이 있어서 자동차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운전을 비롯해 정비, 조립 등 안 해 본 것이 없어요. 자동차 관련 특허만 15개 정도나 되는 걸요."

그는 지금도 자동차를 직접 연구하고 테스트 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실험용차는 '다이너스티'라고.

하지만, 외부활동이 많고 학술 연구보다 대중적인 칼럼을 쓰는 교수들은 보통 본업에 충실하지 못할 때가 많지 않나? 조심스레 물어봤다.

"요즘은 교수들도 평가를 받기 때문에 강의를 불성실하게 하면 금방 지적을 받게 됩니다. 일단 강의는 충실히 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오히려 외부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인맥이 넓어져 제자들 취업 추천을 많이 해 주는 경우가 많아요. 연구도 지금까지 하이브리드카 관련 논문을 비롯해 15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했고 책도 수없이 냈죠. 하지만, 언젠가부터 교수도 사회 활동을 하면서 자동차 문화를 바꾸는데 일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수의 본분이 연구와 강의에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자동차 문화를 바꾸는데 힘을 쓰고 싶었습니다."

◆후진적인 자동차 문화 바꾸는데 힘쓰고 파

이런 그의 집념 때문일까. 그는 일주일에 각종 매체에 서너 편의 칼럼을 고정적으로 쓰고 있으며, 자동차 관련 포탈에도 그의 글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자동차에 대한 웬만한 애정 아니고서는 결코 소화하기 쉽지 않은 작업량이다. 더군다나 이 모든 글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한꺼번에 쓰는 스타일이라고.

또한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에 자동차문화 강좌를 학과 필수과목으로 개설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기술은 발달돼 있을지 몰라도 문화는 떨어져 있어요. 무엇보다 운전자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템포 느리게 운전하기'와 같은 캠페인도 전개하는 것도 필요해요. 운전 습관만 조금씩 바꿔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지구 온난화도 예방할 수 있겠죠. 또한 우리나라는 중고차, 리스, 폐차 등 애프터 마켓도 뒤쳐져 있어요. 50조원이 넘는 엄청난 시장인데,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없어요. 이런 후진적인 자동차 문화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까? 김 교수의 이메일 주소 역시 '오토컬쳐(autoculture)'이다.

◆'빅3' 위기로 미국의 반성 필요한 때

현재의 자동차 산업의 위기, 특히 미국 '빅3'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빅3는 어쩌면 금융위기 이전부터 썩어 있고 곪아 있었다고 봐야 해요. 금융위기로 인해 수면위로 올라온 것뿐이죠. 빅3는 분명 구제금융을 받게 되겠지만, 그대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미국의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자원이 풍부하다고 연료 소모가 많은 대형세단의 차만 생산하다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죠. 방만한 경영, 특히 강성노조에 대한 개선은 분명히 있어야 할 겁니다."

자동차는 문화이자 생활이며, 또한 지구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그는 앞으로도 자동차에 '신들린' 것처럼 미쳐 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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