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재계 총수들의 디지털·인재·환경 3대 변혁 전략

입력 2021-01-2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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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플랜 B는 없다’.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와 인터뷰를 보면서 든 느낌이다. 여느 해보다 옹골찬 자세다. 플랜 B는 본래의 계획과 작전(플랜 A)이 잘 작동되지 않을 경우를 위해 백업으로 미리 준비해둔 두 번째의 플랜이다. 코로나19 재난으로 사회와 경제 환경이 크게 변한 상황에서 나온 재개 총수들의 신년사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들의 신년사는 포스트 코로나의 뉴노멀을 타고 넘어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구축하는 한 해를 이끌어나가는 좌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년사는 플랜 B를 염두에 두지 않은 담대한 공격경영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기업에 대한 성장 기댓값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 비해 아직 낮다. 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자. 최근 미국 상장기업의 평균 PBR는 3.0배, 영국기업과 독일기업은 1.6배인 데 비해 한국 기업은 1.0배 안팎에 불과하다.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삼성전자는 며칠 전 1.5에서 1.2로 예상치를 낮추었다. 일본기업의 1.3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기업은 장래 전망을 담은 주가가 장부상 자산가격(해산가치)의 3배에 달하는 데 비해 우리 기업은 최근의 높은 주가를 반영해도 주가와 해산가치가 변하지 않고 있다. 회사가 향후 성장해 주주가치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다는 의미다.

재계 총수들은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디지털, 인재, 환경의 3개 분야에서 변혁(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재계 총수들은 첫 번째 변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강조하고 있다. 제조업이 서비스업에 진출하고, 서비스업체가 제조에 참여하는 이른바 업종과 업태를 넘어선 ‘영역파괴’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DX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이다. 예컨대 자동차 타이어, 공작기계, 건설장비 업체들이 부품에 다양한 센서를 붙여, 여기서 나오는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여 적절한 시기에 계획적으로 부품을 교환하게 하는 작업이 DX의 대표적인 사례다. 타이어의 경우 센서가 마찰, 공기압 등을 측정하여 연비를 개선토록 하는 데까지 서비스가 확장되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는 2021년의 최우선 중점과제로 DX를 꼽았다. 간부나 임원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업무 효율화 등에 AI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총수들은 두 번째 변혁으로서 인재 변혁을 중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강점으로 간주되어 온 근로자의 동질성을 중시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다양성(다이버시티)을 중시하는 인재 전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인재 다양성이 다른 경험과 지식기반이 섞이면서 새로운 발상과 창조를 가져온다는 판단에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조직의 순혈주의를 깨고 문턱 없는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은 독일 BMW 출신 인사를 부사장급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영입하고, 삼성 출신 전략기술본부장을 사장급으로 승진시켜 기업문화를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는 이런 인재 변혁의 기반 아래 본격적인 모빌리티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재계 총수들은 세 번째 변혁으로서 환경경영 변혁에 나서고 있다. 탈탄소화가 세계적인 키워드로 등장한 지금 환경경영은 기업의 성장 전략에서 필수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들고 나왔다. 최 회장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기업 경영활동의 비재무적 요소로서의 ESG를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경영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새해 벽두부터 재계 총수들은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경영 환경의 변화라는 역풍을 이겨내며 새로운 성장궤도를 제시하고 있다. 이제 성장력 강화는 지상과제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 기술 확보는 생존문제”라며 근본적인 혁신적 기술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 총수들의 변혁 전략이 2021년의 한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환의 2021년을 겨냥한 재계 대표들의 포석과 행마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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