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나스닥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티몬과 11번가 등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11일 IB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나스닥 상장을 위한 컨피덴셜(기밀의) 예비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3월 중에 상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은 내부적으로 기업가치를 400억 달러(43조7000억 원)으로 기대하지만, 업계에서는 300억 달약러(32조67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한다.
쿠팡은 2019년 가량부터 재무 전문가를 영입하며 상장을 차곡차곡 준비해왔다. 먼저 해외파 및 글로벌 인재 영입에 공을 들여 2019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케빈 워시를 이사회에 영입한 데 이어 나이키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며 외부 회계감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 등을 담당한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영입했다.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도 상장을 원활화게 하기 위한 포석이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같은 주문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새로 시작했고, 간편결제 서비스인 쿠페이를 쿠팡페이로 분사했다.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는 국토교통부에 택배사업 신청도 제출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사업 ‘쿠팡 플레이’를 시작한데 이어 라이브커머스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여러 사업 확장을 통해 나스닥 상장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지난해 12월에는 쿠팡이츠와 사업이 유사한 음식배달 업체인 도어대시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아마존 프라임이나 넷플릭스와 유사한 ‘쿠팡 플레이’에 진출한 것 역시 기업공개 시 매력적인 요소로 부각시킬 수 있다.
쿠팡 관계자는 “따로 확인해서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적절한 때가 되면 IPO를 추진하고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나스닥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서며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경쟁사에도 반사익을 기대한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성을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티몬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초 코스닥 사장 추진을 공식화하고 같은해 4월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했고 IPO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 거래소는 자본잠식 해결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발목을 잡은 바 있다. 이 업체는2019년 영업손실 750억원 등을 기록하는 등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영업이익 1억6000만원으로 첫 월흑자를 달성하며 흑자 가능성을 열어뒀고, 지난해 9월에는 국내 사모펀드인 PS얼라이언스로 부터 4000억 원의 자금을 수혈받으며 자본 잠식 해결에 물꼬를 텄다. 티몬 관계자는 “상장 작업을 원활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1번가의 상장 추진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1번가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자회사들의 순차적인 IPO를 공언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조직개편을 통해 코퍼레이트2센터 산하 기업공개(IPO)추진담당을 신설한 상황이다
특히 아마존과의 협업 추진 역시 상장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작년 11월 SKT는 11번가 성장을 바탕으로 한 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11번가를 통해 아마존 제품을 직접 구입하는 형태의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에 입점한 상품을 대량으로 매입해 국내 물류센터에 보관한 뒤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면 다음날 바로 배송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 방식이다. 아울러 11번가는 국내 셀러들의 해외 진출을 도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아마존이 11번가와 제휴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데다, 쿠팡까지 나스닥에 상장하게 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과 업체들의 경쟁력이 인정받게 되는 셈”이라며 “쿠팡 외 다른 업체에도 상장 추진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