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이 건전성 악화 우려와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앞다퉈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 현재 은행계 금융지주가 발행한 코코본드는 4조1500억 원이다. 2019년 발행액 2조 5200억 원을 두 배 가까이 웃돌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9월 DGB금융(500억 원), 신한금융(4500억 원)에 이어 10월 KB금융(5000억 원), 우리금융(2000억 원)이 영구채 형태의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했다.
높은 수요가 확인되면서 금융지주들은 기존 계획보다 발행 규모를 늘렸다. 3000억 원을 모집하려던 KB금융은 8540억 원 가량의 자금이 몰리자 5000억 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우리금융도 최초 신고금액(1500억 원)의 3배가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2000억 원으로 증액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급격히 높아진 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38만4877곳 중 36.6%가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이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면 전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전년(35.2%)보다 1.4%포인트(5388개) 증가했다. 이는 200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다.
코코본드란 유사시 투자금이 주식으로 자동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후순위 채권을 말한다. 부채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발행한다.
코코본드는 채권 형태지만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원리금을 떼일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다. 최근 발행된 우리금융의 코코본드 발행금리는 3%로, AA-등급 5년물 회사채 금리(1.79%) 대비 약 121bp(1bp=0.01%포인트) 높아 저금리 환경 아래 절대금리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바젤Ⅲ가 국내에 도입된 2013년부터 국내 은행들은 코코본드 발행이나 증자를 통해 자본비율을 좋게 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4.53%였다. 은행은 총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 보통주자본비율을 각각 10.5%, 8.5%, 7% 이상 유지해야 한다(자본보전완충자본 2.5%p 포함, 시스템적 중요은행은 1%p 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