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 수요 줄어들 듯…"대출 용도 구별해 규제해야 서민 피해 막아”
금융당국은 최근 신용대출이 급증하자 일제히 점검에 나섰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은 125조41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집계 때보다 1조1000억 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신용대출 이상 급등세에 금융감독원은 전날 5대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과 회의를 열고 총부채원리금산환비율(DSR) 점검과 비대면 대출 한도 등을 낮출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는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신용대출도 함께 규제할 예정이다. 이날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은 저축은행에 대출 관련 적정선을 지켜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그동안 당국이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시중은행 신용대출 규제와 함께 저축은행도 대출 규모 축소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6월 5000억 원, 7월 1조8000억 원, 8월 2조2000억 원씩 늘었다. 특히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크게 늘었다. 현재 2금융권 신용대출은 시중은행보다 심사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주택담보대출은 시중은행과 같은 규제 비율을 적용받는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막히자 대출 문턱이 낮은 신용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2금융권 대출 급증은 시중은행 신용대출로도 모자라 2금융권 대출까지 받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 대출 규제가 2금융권 신용대출까지 확대되면 주택 구입 수요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부동산 규제와 공급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419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1만5595건, 7월 1만651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또 지난 7일 기준 KB국민은행 부동산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96.2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지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다만, 가계 신용대출을 모두 부동산 구입 자금으로 단정지을 수 없으므로 대출 규제 범위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제2금융권 신용대출과 사채까지 규제하면 부동산시장은 안정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민 가계자금용 대출까지 규제하면 안 된다”며 “대출이 늘어난 것이 부동산 매수 자금인지 가계자금인지 잘 판단해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