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한중 양국의 경제협력 1.0 시대는 1992년 수교 이후 2000년대까지 산업 간 분업 및 산업 내 분업의 수직적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한 측면이 강하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중국의 급속한 기술 추격과 그에 따른 산업의 성장과 발전으로 인해 양국은 본격적으로 품목 내 수평적 분업과 함께 경쟁하는 2.0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 변화를 두고 대부분은 향후 산업 간 물리적 대결이 본격화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대한국 압박에 의해 한중 간 경제협력은 더욱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국가 간 경제협력을 결코 국제정치·외교적 잣대로 볼 필요가 없다. 미래 한국의 실익과 성장을 고려한 한중 경제협력의 접점을 최적화시켜 나가면 된다. 필자는 이번 코로나 사태와 미·중 간 이슈를 계기로 한중 양국 간 새로운 경제협력 3.0 시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지리적 근접성은 산업 가치사슬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의 교류와 협력이 끊어진 시점에서 한중 양국 간 경제협력의 물꼬는 조금씩 터져나오고 있고, 중국의 한국에 대한 러브콜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라는 속담처럼 지리적 근접성과 문화적 동질성에 기반한 양국 간 교류는 그 어떤 나라보다 빨리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진행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속화 및 한국의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연계 협력 시범사업 발굴 등 상호 협력을 통해 동반성장 가능한 분야를 적극 발굴해 나가야 한다.
둘째, 하반기 중국 경제 성장에 따른 양국의 국경 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지방정부 플랫폼 기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중국 경제는 코로나 영향으로 인해 1분기 성장률이 -6.8%로 떨어졌다가 2분기 3.2% 성장하며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사회융자총액, 구매관리자지수(PMI), 신규 주문 등 8대 경제선행지표들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으로 하반기 인프라 투자와 소비 측면의 수요가 살아난다면 U자형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공급과 수요의 간극이 좁혀지면 양국 국경 간 전자상거래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중국 지방정부 차원의 플랫폼 기능을 활용해 한국 기업들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셋째,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글로벌 경기하락과 경제침체 속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양국 정부가 발표한 ‘뉴딜정책’이 미래 협력의 씨앗이 되도록 서로의 장단점을 균형적으로 맞추는 퍼즐게임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5세대 이동통신(5G), 빅데이터, 모빌리티 등 디지털 산업의 경쟁과 공생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양국 간 진행 중인 ‘청천(晴天, 대기협력사업) 프로젝트’와 같이 상호협력의 공간이 넓은 그린뉴딜 산업의 경우엔 더욱 확장시키는 전략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넷째, 한중 간 개방형 혁신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중 혁신창업 간 개방형 혁신을 통해 기술 업그레이드와 인력 양성이 이뤄진다면 양국 간 미래 창업혁신의 협력공간이 생겨날 수 있다. 한중 혁신창업 간 개방형 혁신은 정부-기업-대학 등 유관기관 간 수평적 분업을 통해 기술혁신 비용을 줄이고, 기술혁신의 효용성과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혁신 스타트업 육성은 양국 모두 새로운 혁신동력 확보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집중하는 영역으로 미래 협력의 중심추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한중 혁신펀드와 DNA를 융합해야 한다. 혁신창업의 핵심은 시장지향적 투자발굴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국이 가진 네트워크를 통한 투자발굴 능력이 최적화되어야 성공 확률도 높다. 특히 초기 혁신창업 기업의 성장 지원부터 해외진출, 유통망과 협력 파트너 연결, 기업공개(IPO) 및 인수합병(M&A) 등 양국 자본시장을 활용한 중간회수(Exit)까지 선순환의 밸류업 전략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도 있다.
다가오는 한중 경제협력 3.0 시대는 물리적 대결과 전략적 경쟁을 넘어 화학적 융합을 통해 미래 혁신을 함께 만들어 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양국의 미래 혁신산업 육성이 상호보완과 협력에 기반한 동반성장이 될 수 있도록 더욱 긴밀한 소통과 교류가 뒤따라야 한다. 나 홀로 성장과 혁신은 향후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한중 양국 협력의 틀을 깨는 다양한 접근과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