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업계, 거래 위축 우려 커
가상자산(암호화폐·가상화폐)을 통해 올린 소득에 대해 20%의 세금 부과안이 발표됐다.
표면적으로 주식 소득에 도입하는 양도세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정부의 접근법은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기획재정부(기재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매매 차익의 20%를 과세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상자산의 세금부과 방법을 공개했다.
소득 분류는 양도소득세가 아닌, 기타소득으로 별도 분리과세하기로 했다.
연간 기준으로 구입가(취득가액)와 판매가(양도가액)의 차익에 대해 20%를 부과함으로써 양도소득세의 성격도 띈다.
비과세 구간은 연간 250만 원까지다. 내년 10월 1일부터 적용되며, 5월에 신고·납부해야 한다.
이미 보유한 가상자산에 대해선 내년 9월 30일 시가를 기준으로 취득가액을 일괄 산정한다. 시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다.
기재부는 "가상자산에 대한 국제회계기준, 현행 소득세 과세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식 등 다른 자산도 양도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점을 감안시 가상자산도 과세함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과세안은 주식 소득에 도입하려는 양도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이지만, 여러 면에서 주식과는 다르다.
우선 기타소득이 종합소득세와 합산될 경우 실제 반영 세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비과세 구간도 주식은 5000만 원이지만, 가상자산은 250만 원으로 차이가 크다.
이월과세에선 정부의 접근 방식의 차이를 확연하게 나타난다. 이월과세란 자산 매매로 첫 해에 이익이 났지만, 두번 째 해에 손실이 날 경우 손실에 대해서 공제하는 것을 말한다. 매년 소득을 따지는 게 아니라 몇년에 걸쳐 손익을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번 발표안에 따르면 주식은 이월공제 기간이 5년이므로, 최대 5년까지 유리한 과세액을 기다릴 수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첫 해 매매로 얻은 수익이 2000만 원이면, 20%인 400만 원에서 250만 원을 공제 후 150만 원을 세금으로 낸다. 그런데 다음 해 오히려 10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해도 이미 낸 세금을 돌려 받을 수 없다.
이월과세가 적용된다면 2년 간 총 수익인 1000만 원의 20%(200만 원)가 공제액 250만 원을 넘지 않으므로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주식과의 형평성을 과세 근거로 들었지만, 실제 과세에서 바라보는 온도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가상자산은 주식 소득에 적용되는 이월공제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고, 소득 공제액도 낮아 가상자산 과세 당사자가 느끼는 부담은 (주식 소득과세자에 비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세금 부과안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거래로 벌어들인 수익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할 때 실질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식과 가상자산에 대해 양도세를 채택한 미국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거래를 빈번하게 해서 소득을 올리기보단, 주로 장기투자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세금이 부과되면 거래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스타트업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당장 내년까지 국세청 세금 신고용 자료를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