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규모 지난해보다 다섯 배 늘어…첫 사업도 분양 못해
정부가 서울ㆍ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국유지 복합개발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선 수요가 있는 도심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발 실효성을 키우려면 사업 속도도 함께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획재정부는 1일 서울 관악구 남현동ㆍ동작구 본동, 경기 성남시 창곡동 등 군(軍) 부지 세 곳에 대한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국방부 소유 토지를 개발해 민군(民軍)이 함께 쓰는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세 곳을 합쳐 군 관사 1187가구와 민간주택 1314가구(분양형 신혼희망타운 1129가구ㆍ임대형 행복주택 185가구)가 공급된다.
◇2018년부터 16곳 2900가구 공급 계획… '주택난 해소' 위해 적극 추진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수도권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 청사ㆍ관사 복합개발을 들고 나왔다. 2018년부터 시범사업이 추진돼 이번까지 16개 지역에서 2900여 가구 공급 계획이 발표됐다.
공공 청사ㆍ관사를 복합개발하면 따로 택지를 마련해 주택을 지을 때보다 부지 확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공공 청사와 관사는 기존 도심에 자리 잡아 교통 등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공공 개발 방식으로 주택이 공급되는 만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입주자의 주거비 부담도 줄어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복합개발 계획의 장점은 도심 또는 도심 가까운 곳에 주거시설을 추가로 확충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유재산 활용 측면에서도 건폐율이나 용적률이 낮았던 저활용 부지를 고밀 개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번 사업도 기존의 저층 군 관사를 허물고 기존보다 층수를 높여 짓는 방식으로 단지를 조성한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복합개발 사업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18년~2019년엔 900여 가구 공급 계획이 발표됐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약 2000가구 건설이 확정됐다. 사업비를 봐도 '송파 ICT 보안 클러스터(5674억 원)'를 제외하면 모두 1000억 원 미만 프로젝트였지만, 올해 발표한 복합개발 부지 5곳은 사업비가 적게는 1310억 원, 많게는 3953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최대 규모인 '용산 유수지' 개발사업은 용산 금싸라기 땅에 공공청사를 포함해 주택 180가구와 오피스텔 445실, 상업시설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주택 수요자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업승인 등 절차 복잡 '산넘어 산'…분양단계 진입한 사업 한곳도 없어
다만 부동산 업계에선 공공 청사ㆍ관사 복합개발 사업이 주택난 경감 및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두려면 사업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까지 추진된 공공 청사ㆍ관사 복합개발 사업 가운데 분양 단계에 들어간 곳은 한 곳도 없다. 2018년 발표된 사업지 세 곳에서 공사가 시작된 게 그나마 가장 빠르다. 이번에 발표된 군부지 세 곳에서도 빨라야 2022년에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부지를 정리해서 주택을 지으려다 보니 밟아야 하는 절차가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공공 청사ㆍ관사 복합개발 사업은 일반 민간 개발사업과는 다르게 설계ㆍ인허가 절차 전에 사업계획을 수립, 기재부 국유재산 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복합개발 부지 가운데 용산 유수지와 서울지방병무청, 관악등기소 등은 아직 이 단계를 못 넘고 있다.
조용석 도시표준연구소 소장은 “현실하고 맞지 않는 번잡한 절차 때문에 사업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거나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실제 주택 공급에 이르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