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전 사자" 서둘러 계약… '풍선효과'로 인근 지역 벌써 '들썩'
“갭투자(전세 끼고 집 사는 것)를 하려면 오늘(22일)이 마지막 기회잖아요. 6·17 대책 전에 내놓은 매물은 곧바로 다 나갔고, 이후 올라온 급매물도 속속 팔리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G공인 관계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ㆍ대치동 일대 아파트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23일부터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제를 앞두고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팔려나가고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도 껑충 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와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삼성동 ‘중앙하이츠빌리지’ 전용면적 152.98㎡형(5층)은 정부 대책이 발표된 17일 28억 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지난달 30일 같은 평형 3층이 25억7000만 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보름 새 2억3000만 원이 치솟은 것이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삼성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전세 낀 매물은 매매가 금지된다”며 “규제 전 막차를 타기 위해 6·17 대책 직후 큰 폭의 프리미엄이 붙어 팔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송파구 대장주인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9㎡형(15층)은 지난 18일 21억 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대책 발표 전인 15일 같은 면적의 아파트(29층)가 19억1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2억 원가량 올랐다. 앞서 12일에는 같은 평형 17층이 18억 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인근 잠실엘스는 전용 84.8㎡형 기준 실거래가가 6일 18억7000만 원(4층)에서 16일 19억3000만 원(3층)으로 6000만 원 상승했다. 현재 호가는 22억 원까지 뛰었다.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서울 잠실ㆍ대치·삼성·청담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규제 적용이 시작되는 23일부터는 실거주 목적으로만 집을 사야 한다. 매매와 임대는 2년간 금지된다. 사실상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에 마지막 갭투자를 하려는 수요가 일시에 몰리면서 이들 지역은 지난해 말 성수기 때와 비견되는 ‘반짝 특수’에 들어갔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잠실 리센츠와 잠실엘스는 일주일 새 매물이 30건 이상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79㎡형(6층)도 17일 19억 원에 거래됐는데, 전달 23일 동일 평수 4층 매도가(18억5000만 원) 대비 5000만 원 높은 가격이다. 인근 W공인 관계자는 “실제 입주해 살 수 있는 집보다 갭투자가 가능한 조건의 매물인지 확인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주변 일대 아파트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매수를 망설이던 사람들이 이번 토지거래허가제로 서둘러 매수를 결정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는 23일 이후부터는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거주 아니고선 허가를 받아도 살 수 없고, 실수요자라해도 집값이 대부분 15억 원이 넘어 대출이 나오지 않아 전세보증금 없이 전액 현금으로 사야 해서다.
하지만 잠실ㆍ삼성ㆍ청담ㆍ대치동 생활권이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비껴난 송파구 신천동과 강남구 압구정ㆍ역삼동 일대에선 벌써부터 가격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144.77㎡형(2층)은 20일 19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15일 동일 평형 5층은 19억 원에 팔린 바 있다. 규제 발표 이후 아파트값이 5일 만에 8000만 원이 급등한 셈이다.
신천동 P공인 관계자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마이스(MICE) 사업단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등 개발 호재는 고스란히 누리면서 실거주 제약은 벗어난 까닭에 매수 문의가 많아졌다"며 "23일 이후부터는 강남권에 아파트를 사두려는 투자 수요가 이곳으로 더 옮겨붙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