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보다 더 불안한 전셋값

입력 2020-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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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신태현 기자 holjjak@)

수도권 전세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저금리에 따른 월세 전환과 청약 대기수요 등으로 곳곳에서 전세물건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번 6·17 대책에서 갭투자를 정조준한 규제가 하반기 전세난을 가속화 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임대차 3법' 역시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0.06%)보다 더 커진 0.08%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해 7월 첫 주부터 오르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1주 연속 쉬지 않고 뛰고 있다. 경기도는 전 주 0.15%에서 0.17%로 상승폭을 더 넓혔다.

최근 서울 전세시장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전세에 눌러 앉은 수요는 많아지는 반면 입주물량 감소로 물량은 부족해지고 있다. 저금리로 인해 전세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많아져 물량 부족은 더 심화되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서울의 올해 상반기 월평균 입주물량은 4000여 가구에 달하지만 이 중 전세시장에 풀리는 매물은 많지 않다"며 "역대 최저 기준금리로 전세 물량이 월세로 전환되는 것도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선 3기 신도시 효과가 뚜렷하다. 3기 신도시 청약을 위해 의무거주기간(2년)을 채우려는 청약 대기수요에 몰리면서 최근 서울 접근성이 높은 경기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요동치고 있다.

상승세는 정부가 지난달 3기 신도시 사전청약제 시행을 예고하면서 더 뚜렷해졌다. 현재 사전청약제가 시행될 것으로 거론되는 곳은 하남 교산신도시와 남양주 왕숙신도시 등이다. 이에 지난달 첫 주 0.1% 오름폭을 보였던 하남 전셋값은 한 달만에 상승폭이 0.55%로 뛰어올랐다. 지난주엔 0.70%까지 치솟았다. 전셋값이 한 주 사이에도 수백, 수천만원이 뛰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소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상승압력이 큰 전세시장에 6·17 부동산 대책의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 규제가 더해져 하반기엔 전세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6·17 대책에 무주택자가 전국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집값과 상관없이 6개월 안에 입주하도록 했다. 또 전세대출을 받은 후 3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들이면 전세 대출을 즉시 회수하는 방안을 담았다. 3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는 경우도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에 추가된다.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게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고, 전세 대출을 받은 후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사면 대출을 즉시 회수한 현행 규제가 통하지 않자 결국 고강도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규제는 다음달 중순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가 주로 아파트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연립·다세대 주택, 빌라 등은 이번 규제에서 제외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갭투자를 정조준 한 이번 대책이 투기세력을 차단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갭투자자들이 공급해 왔던 전세 매물이 감소하면서 전세난을 자극해 되려 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월세 신고제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임대차 3법'도 전세시장 불안 요인이다. 이 법안들은 임차인이 기존 2년 계약에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게 하고, 임대료 증액은 5% 이내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 정책이 되레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 해 임대료를 상승시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수급지수(173.2)는 이미 지난주 170을 넘어섰다.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전세공급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100을 넘어서고, 수치가 높아질수록 전세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 전세시장은 매물 부족으로 전세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청약 대기수요 증가와 저금리로 인한 월세 전환, 입주 물량 감소 등에 6.17 대책의 영향까지 더해지면 향후 전세시장은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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