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입구에 고의로 차량을 주차해 통행을 가로막은 차주를 경찰관이 긴급체포한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특히, 인권위는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과도한 물리력 사용이 있었다고 보고, 해당 경찰관을 징계하고 직무교육을 실시토록 소속 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
4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4일 진정인 A씨는 소음 문제로 집 근처 공사장에 항의 방문을 했다가 공사장 입구에 자신의 차를 주차해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A씨 집에 찾아가 차량을 이동하라고 설득했고, 공사장 현장까지 함께 이동했다.
그러나 A씨가 차량 이동 요구에 계속 불응하자 이 경찰관은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체포된 A씨는 결국 차를 이동시키겠다고 경찰관에게 말했지만, 경찰관은 이미 체포됐다며 A씨를 지구대로 이송했다.
지구대에서 A씨가 수갑 착용을 거부하자, 이 경찰관은 A씨의 어깨를 잡고 무릎으로 A씨의 목을 눌러 제압한 후 수갑을 채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관은 "A씨가 공사 현장에 도착해서도 차량을 이동할 의사가 없고, 공사가 지연되는 사안 등을 고려해 긴급체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긴급체포의 요건이 되는 '긴급성'이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 등으로 영장을 받아 체포하기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며 "이번 사건은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긴급체포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권위는 "(A씨는) 자해 등 별다른 시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이 자의적인 판단 아래 무릎으로 진정인의 목을 눌러 수갑을 채운 것은 정당한 직무 집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권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