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제로 시대:리더십의 민낯①-2] 리더십 빈 자리 채운 기업 영웅들

입력 2020-06-01 06:01수정 2020-06-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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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MS 이사직도 아예 내려놓고 코로나19와 전면전…마윈, 한국 등 주변국 돕기 앞장

▲빌 게이츠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리더십의 공백을 메운 건 기업인들이었다.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전염병 ‘투사’를 자처하며 전면에 나섰다.

일찌감치 전염병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게이츠는 전 세계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고, 백신 및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5년 게이츠는 전쟁보다 전염병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더 큰 잠재적 살인자라고 주장하며 세계적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급기야 게이츠는 지난 3월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이 이뤄진 지 며칠 만에 자선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MS 이사 자리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그는 “국제 보건과 개발, 교육 그리고 기후변화 관련 자선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면서 전염병과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앞서 의학저널 ‘NEJM’에 기고한 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그간 우려해온 일이 현실이 됐다”면서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의 의료시스템 강화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신의 행보를 암시하기도 했다.

이후 게이츠는 백신 개발에 지도력을 발휘하라고 세계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게이츠는 특별기고문에서 “팬데믹 상황을 종식할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하는 것뿐”이라며 “각국이 타이밍을 놓쳤어도 백신 개발에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의 공동 협력 전선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주요 20개국(G20)에 ▲구호 장비의 효율적 배분 ▲백신 연구·개발(R&D) 기금투자 ▲백신 개발 후 생산·물류 투자계획 마련 등 3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게이츠는 부인과 운영하는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을 통해 각종 R&D기구에 자금도 후원했다. 그의 재단과 여러 나라가 협력해 출범한 감염병혁신연합(CEPI)은 최소 8종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미국 제약업체 이노비오(Inovio)에 막대한 자금도 지원했다. 이노비오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INO-4800)을 쥐와 기니피그에 투여한 결과 항체가 형성됐다고 발표해 백신 개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이노비오는 1차 임상시험에 들어갔고,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어 7월과 8월에 각각 2, 3차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게이츠는 방역 모범국으로 꼽은 한국에서 기회를 찾기도 했다. 그의 재단은 한국 기업·연구기관과 협력을 체결하고 투자에 나섰다. 한국 최대 통신사인 KT와 정보통신(ICT) 기술을 활용한 ‘감염병 대비 차세대 방역 연구’를 진행키로 했다. 해당 연구는 총 120억 원 규모로 게이츠 재단과 KT가 60억 원씩 출연해 3년간 추진한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이 정보 은폐로 국제사회의 뭇매를 맞은 반면, 중국의 거부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창업자는 주변국을 도우며 국제사회 공조에 나섰다.

각국 정부가 마스크 기근에 시달리고 있을 때 마윈은 “가까운 이웃끼리 도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다”는 의미의 ‘산수지린 풍우상제(山水之隣 風雨相濟)’란 글귀를 적어 한국에 마스크 100만 장을 보내왔다. 일본과 미국에도 마스크를 각각 100만 장 기부했는데, 주목할 건 한국에는 일본산 마스크를, 일본에는 한국산 마스크를 각각 보내 과거사 등으로 껄끄러운 한일 관계의 회복을 꾀하기도 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한국에 기부한 마스크 100만 장이 전국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 상자에 ‘산수지린 풍우상제(山水之隣 風雨相濟)’란 글귀가 써 있다. 이투데이DB
일본에서는 2020 도쿄올림픽을 의식한 정부가 코로나19 검사를 소홀히 해 상황을 악화시키자 소프트뱅크그룹(SBG)의 손정의 회장이 팔을 걷어붙였다. 손 회장은 일본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우려하면서 개인적인 차원의 대응책을 수시로 내놨다. 5월 2일에는 “소프트뱅크그룹 사원과 가족 모두에게 코로나19 항체 검사 기회를 제공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 키트) 200만 개를 주문했다”면서 “모든 의료 관계자와 돌봄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희망하는 경우 이 키트를 활용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손 회장은 100만 명에게 PCR(유전자증폭) 방식의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의료기관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철회하기도 했다. 이후 PCR검사 대신 혈액을 이용한 항체 검사로 선회해 도움을 이어가고 있다. 손 회장은 또 일본에서 품귀 사태를 빚은 마스크 100만 장을 확보해 의료기관과 복지시설에 기부하기도 했다. 또 중국 협력사인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에서 일반 의료용 마스크 2억 장과 고성능 마스크 1억 장 등 총 3억 장을 월 단위로 수입해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 삼성전자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 곳곳에 도움의 손을 내밀었다. 계열사의 해외 지사와 법인을 활용해 캐나다, 콜롬비아, 중국, 홍콩 등지에서 마스크 28만4000개를 긴급 확보해 폭발적 감염이 일어난 대구 지역에 기부했다. 마스크 필터용 부직포 구매 대행에도 나섰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정부가 지정한 해외 필터 공급업체와 구매 계약을 체결한 후 이를 수입해 조달청에 전량 납품하기로 했다.

또 삼성전자는 ‘E&W(경기도 안성시)’, ‘에버그린(경기도 안양시)’, ‘레스텍(대전광역시 유성구)’ 등 3개 마스크 제조기업들에 제조전문가 37명을 파견해 지원에도 나섰다. 이밖에 △손 소독제와 소독 티슈 등 의료용품 △자가 격리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생필품 키트 △의료진을 위한 면역력 강화 건강식품세트 등의 구호 물품과 구호 성금을 포함해 총 300억 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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