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 환자 다녀가고 37명 집단 감염…예배인원 1001명, 추가 확진자 발생 가능성
대구 신천지교회(신천지예수교회 다대오지성전)를 중심으로 한 대구·경북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환자 증가세가 가파르다. 대구의 첫 코로나19 환자이자 신천지교회 집단 감염의 감원으로 지목된 31번 환자(61·여)와 같은 날 교회를 다녀간 인원이 1000명 이상 확인되면서 이제는 개인이 아닌 종교시설이 ‘슈퍼 전파자’가 된 형국이다.
2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까지 확인된 코로나19 확진환자 중 대구 신천지교회 교인이거나 그 접촉자인 환자는 31번 환자를 제외하고 37명이다. 확진환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31번 환자와 같은 날 해당 교회에서 예배를 본 인원이 1001명에 달해서다. 중대본은 현재 교회로부터 교회를 다녀간 인원의 명단을 제공받아 이들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또 전화조사를 통해 증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경북 청도군이나 대구시는 워낙에 신천지교회와 관련된 분들이 많고 또, 그분들의 가족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노출된 분이 많다”며 “당분간은 집단행사나 특히 밀폐된 그런 공간에서 장시간 하는 행사를 자제하도록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교회를 다녀간 인원을 확인한다고 해도 이들의 접촉자를 확인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교인들이 자신이 신천지교회 소속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걸 꺼려서다. 교회 내 집단 감염이 확인된 19일에는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신도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지가 온라인에 떠돌았는데, 이 공지에서 교회는 신도들에게 본인은 31번 환자가 교회를 방문한 날 예배를 한 사실이 없거나, 신천지와 무관하다고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교회를 통한 추가 확진환자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교회는 물론, 지역이 고립되고 있다.
경남도는 대구·경북과 인접한 밀양시·창녕군·거창군·합천군에 대구·경북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의 임시숙소 마련이나 연차휴가 사용을 권장했다. 주한미군은 군인들의 불필요한 대구 출장을 금지하고 군 가족과 군무원,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대구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우한시 봉쇄처럼 대구·경북을 봉쇄해달라는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경북 청도군의 대남병원에서도 집단 감염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이 병원에선 54번(57·남)과 55번(59·남) 두 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두 환자가 머물던 곳이 폐쇄병동이라는 특성상 병원 종사자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31번 환자도 이달 초 청도를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는데, 방역당국은 현재 31번 환자와 54·55번 환자 간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정 본부장은 “31번 환자가 2월 초 청도지역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청도 대남병원의 두 발생 사례와 공통적으로 연계된 감염원이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청도 대남병원 환자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전수 검체검사를 포함한 역학 조사와 방역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