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조사한 고용동향에서 1월 취업자수가 전년동기 대비 56만8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8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15세 이상 고용률도 60.0%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2년 이후 사상 최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용지표가 개선되며 작년 하반기부터 나타난 견조한 고용회복 흐름이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잘못된 진단이다. 1월 취업자 증가는 작년 같은 기간 불과 1만9000명 플러스로 저조했던 기저효과와 함께, 설연휴 직전 택배 등 노동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 취업자 증가분 대부분이 60세 이상 연령층에 집중됐다. 고용시장의 중심에 있는 40대 취업자 수와 고용률은 계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1월 60세 이상 취업자가 50만7000명 늘었는데 전체 취업자 증가분의 89%다.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단기 노인일자리 사업의 효과가 크다. 정부는 올해부터 재정일자리 사업 개시 시기를 종전 3월에서 1월로 앞당겼다. 또 일하는 시간이 주당 36시간 미만인 취업자가 56만9000명 늘어나, 전체 취업자 증가 수치를 웃돈 것은 실속없는 고용증가임을 말한다.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겨우 2만7000명 증가했다. 40대 취업자가 8만4000명 줄었는데, 이 연령대 취업자 감소는 2015년 11월 이후 5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활력이 계속 감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산업별 고용상황도 다르지 않다. 재정일자리 사업이 집중되는 보건복지·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가 18만9000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반면 자영업자들이 대다수인 도·소매업은 9만4000명,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인 정보통신업과 금융·보험업에서 각각 3만5000명, 3만2000명 줄었다. 다만 제조업 취업자가 8000명 늘어 21개월 동안의 감소세에서 반전했다. 반도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숫자로는 분명 고용상황이 크게 좋아졌는데, 사실 속 빈 강정이다. 게다가 이번 통계에는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인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이 우리 경제의 생산·수출·소비 등에 심대한 충격을 주면서 앞으로도 고용의 부진으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나마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제조업과, 유통·여행·숙박·음식 업종 등의 피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당장 2월 고용지표부터 다시 악화할 공산이 크다. 경기가 살아나 고용시장이 좋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아니라,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억지로 고용지표를 끌어올리는 정책의 한계다. 이런 식의 고용 개선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결국 늘어난 일자리도 눈속임의 숫자일 뿐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민간 기업과 시장을 살아 움직이게 하지 않고는 고용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 간단한 원칙이 부정되고 있으니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