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선고 결정 이후 지급 사유가 발생한 임금체불 등에 대해서는 경영진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근로기준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병원장인 정 씨는 169명에 대한 임금, 퇴직금 등 총 70억 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병원은 운영난을 겪다 파산했다.
1심은 “악화된 경영상황 속에서도 임금이나 퇴직금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 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해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근로자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원심은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재직 당시 퇴직한 근로자의 수, 체불금품 액수가 상당하고, 재직 기간에 많은 퇴직자가 발생하게 된 경위에 기여한 바도 크다”며 징역 1년 2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업 경영 담당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하는 피고인은 파산선고 결정과 동시에 재단채권인 임금, 퇴직금 등의 지급 권한을 상실하고 파산관재인에게 그 권한이 속하게 됐다”며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금원 중 파산선고 결정 후에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게 되는 부분은 체불로 인한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