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고가주택 기준 적정성 논란..."18억원까지 높여야"

입력 2020-02-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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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서 감안해 12억원...지방 시장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일대. (사진 제공=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 원을 돌파하면서 고가주택 기준 상향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중위가격이 9억 원을 넘었다는 건 서울 아파트 절반이 세금 중과와 대출 규제의 대상인 고가주택이 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고가주택 기준이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현실화 필요성이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낮게는 12억 원, 높게는 18억 원 등 세부적인 방안에선 크게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9억 원 초과 거래 비중이 적은 지방 주택시장을 감안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216만 원으로 국민은행이 통계를 공개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9억 원을 돌파했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가격으로 시세의 움직임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08년부터 7년가량 4억 원대를 유지했지만,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6억 원대에 들어선 뒤 속도가 붙더니 2019년 1월 8억4000만 원을 넘어섰다. 현 정부 들어서만 중위가격은 무려 3억 원 넘게 치솟았다. 특히 고가주택 기준인 9억 원이 뚫린 건 지난해 12ㆍ16 대책으로 상대적으로 대출이 자유로운 9억 원 이하 주택의 호가(부르는 값)가 크게 뛴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위가격 통계가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인 데다 표본조사 방식이어서 시장을 확대해석하게 할 가능성은 있지만 집값이 오르는 상승장에선 호가가 곧 거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9억 원 선이 뚫린 건 매수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9억 원이 세금 중과와 대출 규제의 기준선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서울을 비롯한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선 집값이 9억 원을 초과하면 주택담보대출(LTV) 규모가 축소되고, 9억 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전세 세입자는 전세대출이 금지된다. 1주택자도 시가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분양시장에선 9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공시가격 기준이긴 하나 종합부동산세 역시 9억 원이 넘으면 부과된다.

특히 이 기준이 무려 12년째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할 필요성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물가상승, 임금상승 등을 감안해 고가의 기준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현재 공시가격이 시세의 100%가 아니어서 시세를 의미하는 중위가격 9억 원과 종부세 기준인 공시가격 9억 원은 갭이 커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과거보다 원가, 물가상승, 임금상승을 감안해 고가 기준의 적정선을 논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실화 수준은 전문가마다 조금씩 엇갈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의 혜택을 줄이는 대신 고가기준을 상향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국민 정서를 감안해 고가의 기준은 12억~13억 원 수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지금의 기준으로 상향된 후 10년 넘게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중위가격이 당시보다 2배가량 오른 만큼 고가 기준도 비슷한 수준인 18억 원 정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가 기준 상향에 대한 신중론도 여전하다.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이 여전히 4억 원을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 기준을 이원화하지 않는 이상 서울 시장 상황만 반영해 기준을 높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작년 하반기 실거래에서 9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이 서울이 80% 수준인 반면 지방은 1%로 이 역시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구, 대전 유성구 정도뿐”이라며 “고가 기준을 이원화하면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고, 그렇다고 서울의 시장만 보고 기준을 상향하는 건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가 기준이 곧 조세와 대출의 기준이 되는 만큼 이를 상향하기 위해선 실제 거래 가격과 고가 거래의 지역별 비중, 거래 특성 등을 파악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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